보수 정당의 위기, 지도부 쇄신 없이는 회생 불가능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국민의힘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며 지도부의 집단 지도 체제 전환과 철저한 쇄신을 촉구했다. 보수 정당이 선거 패배를 넘어 존재 가치 자체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으며, 리더십의 부재와 정치적 역할 포기가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보수 진영이 존립의 위기에 직면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참패가 예견되는 상황 속에서, 합리적 보수의 대표 인물로 평가받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당의 쇄신을 촉구했다. 김 전 의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며 즉각적인 집단 지도 체제 전환을 주문했다. 보수 정당이 단순한 선거 패배를 넘어 존재 가치 자체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다.
김 전 의장이 지적한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보수의 정통성을 지키려는 의지의 부재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제주 4·3사건을 국가 폭력 중심으로만 해석할 때, 국민의힘이 사건의 발단인 남로당의 무장봉기라는 역사적 맥락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일련의 사태에 대해 당이 제대로 된 반성이나 책임의식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법부가 와해되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정치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상태라는 평가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주변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정치에 대한 실망을 넘어 환멸과 무관심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날카롭다. 김 전 의장은 "진정한 리더십은 자기편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이라며,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윤어게인' 주장에 끌려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심 지지층의 뜻에 무조건 따른다는 식의 행보는 정치가 아니라 골목대장하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가 젊고 국회의원 경력이 4년에 불과한 만큼, 권위적인 기성 정치인의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의원을 내치는 과정에서 당이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를 거울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추진력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김 전 의장은 민주당이 입으로는 우클릭을 외치면서 발로는 왼쪽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란봉투법 통과와 상법 개정으로 배임죄 기준을 확대하면서 노동조합과 소액주주들이 기업 경영진을 마음껏 고소·고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와 여당의 일사불란한 정책 추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있지만,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반대 목소리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의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선동 정치, 포퓰리즘, 나아가 독재로 향하는 정치의 타락이 우려된다는 경고다.
국민의힘이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20년 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천막 당사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고 김 전 의장은 제안했다. 당사를 팔고 천막에서 당을 운영하며 쇄신을 시도했던 그 시절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이후 대처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해야 하며, 지도부가 마음을 비우고 중진과 초선 의원들이 나서 실질적인 집단 지도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치에서 두 달은 굉장히 긴 시간인 만큼, 지방선거까지 남은 기간이 국민의힘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