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재개 앞두고 한국 선박 26척 귀항 '신호등 파란불'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던 한국 선박 26척의 귀항이 임박했다. 그러나 이란이 해협을 자국 통제 아래 두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정부와 업계는 실제 정상 운항 재개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군사 충돌 휴전에 합의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공식화하면서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여 있던 한국 국적선 26척의 귀항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해협 통항을 자국의 군부대 통제 아래 두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실제 정상 운항 재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와 해운업계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결과를 면밀히 관찰하며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인 개방'을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공격을 2주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도 파키스탄의 중재를 통해 전달된 미국의 제안을 수용했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양측은 오는 10일부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최대 15일간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한 달 이상 계속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 충돌이 외교 채널로 전환되는 첫 신호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의 에너지 운송로로서 세계 석유 무역량의 약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는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측이 제시한 조건 사이의 온도 차를 주목하고 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가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제시한 '10개 제안'에 따르면 '이란군과의 협력 아래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된 통과'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즉각적인 개방'이라는 표현과 실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라는 강경 군부조직을 통해 해협 통항을 자신들의 통제 아래 두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경우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즉시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페르시아만에 묶여 있는 한국 국적선은 총 26척으로, HMM, 팬오션, 장금상선, SK해운 등 주요 해운사들이 운용 중이다. 선박의 종류는 원유·석유제품 운반선 17척, 벌크선 5척, 컨테이너선 1척, 가스운반선 2척, 자동차운반선 1척으로 다양하다. 이들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인해 중동 지역에서의 화물 운송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해운사들의 운영 손실이 계속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원유 운반선의 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 에너지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 상황을 신중하게 관찰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외교부는 미국과 이란 양국이 조율한 입장이 명확하게 확인될 때까지 상황을 관망하겠다고 밝혔으며, 산업통상부도 외교 채널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 중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금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이란 측 발표는 선박 통항을 허용하되 자국 통제에 따른다고 돼 있다'고 전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외교 경로를 통해 호르무즈 운항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고 있으며,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외교부, 해양수산부와 협의해 우리 유조선의 신속하고 안전한 통항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운업계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에 선박을 보유한 국내 해운사들은 해협 개방 가능성을 주시하면서도 현지 안전 상황과 통항 방식이 아직 불확실한 만큼 다른 나라 선박들의 움직임을 먼저 살피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란의 강경 세력인 이슬람혁명수비대의 통제 아래 해협 운항이 재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향후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결과에 따라 해협의 실제 개방 방식이 더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와 업계는 한국 선박의 안전한 귀항을 위해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