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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무심코 드러난 북핵 우려…'4만 5천 명' 발언에 숨은 미국의 딜레마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주둔 미군 규모를 언급하며 '핵 전력 바로 옆에서 4만 5천 명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중동 전쟁 와중에도 북핵 문제가 트럼프의 의식 속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역대 미국 행정부가 북핵의 물리적 제거 불가능성으로 고민해온 딜레마를 드러낸다.

트럼프의 무심코 드러난 북핵 우려…'4만 5천 명' 발언에 숨은 미국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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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한반도 주둔 미군 규모를 언급하며 '4만 5천 명의 병력이 핵 전력 바로 옆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수치 오류를 넘어 미국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주한미군 규모는 2만 8,500명이지만, 트럼프가 이를 과장해서 표현한 것은 한반도 주변의 긴장 상황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이란과의 군사 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도 북핵 문제가 트럼프의 의식 속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암시한다.

트럼프가 집권 2기를 시작한 지난 1월부터 북한을 지칭할 때 사용해온 표현들은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1월 20일 취임식 당일 북한을 '핵 능력을 가진 국가'라고 부른 이후, 3월에는 '매우 큰 핵국가'라고 표현했고, 10월에는 '일종의 핵보유국'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표현들은 국제법상 공식적으로 인정된 핵보유국 5개국(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과 다른 어조를 띠고 있다. 북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북한의 핵보유를 국제사회가 공식 인정하지 않아온 것과 달리, 트럼프는 신중한 표현 선택을 통해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사실상 인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대 미국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해왔는지는 과거 기록들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6년 11월 백악관을 떠나며 후임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에 북한을 '가장 시급한 국가 안보 문제'로 지목했다. 당시 오바마는 '전략적 인내'라는 명목으로 북핵 문제를 외면했지만, 내심으로는 극도의 우려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오바마는 물리적 공격 옵션까지 검토했으나, 결국 실행하지 못했다. 당시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이 85%만 파악된 상태였고, 완전한 제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서울의 막대한 인구가 핵 반격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판단이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트럼프 1기 초반인 2017년의 상황도 유사했다. 북한이 7월 4일 첫 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고 8월과 9월에 중거리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며 6차 핵실험까지 단행하자, 한반도의 긴장은 극도에 달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들은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에게 모든 군사 옵션을 보고하기를 꺼렸다고 알려져 있다. 군 지휘부는 물리적 타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는데, 이유는 오바마 시대와 동일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수천만 인구의 피해 우려가 결정적 장애물이었던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회고록에서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실제 군사 시나리오 검토에 기반한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현재의 상황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이 좌초된 이후 핵을 '국체'로 규정하고, 핵무력 사용을 염두에 둔 구체적인 핵태세 구축에 나섰다. 액체 연료 기반 ICBM에서 고체 연료 기반으로 기술을 확장했으며, 화성-20형 같은 신형 미사일의 다탄두 탑재 능력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핵 능력이 지속적으로 고도화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7월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라며 북한의 핵 능력과 지정학적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가 현재 이란 전쟁에 집중하고 있지만, 북핵 문제는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떠올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핵 문제에 특별한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이를 자신의 정치적 업적으로 삼으려는 의지가 있다. 백악관 부활절 오찬에서의 발언은 중동의 혼란 속에서도 북핵이 트럼프의 마음 한켠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오바마와 트럼프라는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대통령이 모두 북핵의 물리적 제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은 미국이 처한 딜레마의 깊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은 북핵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으면서도, 그것이 현실의 위협으로 계속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현실적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