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시설 폭파 협박·국제법 위반 논란, 트럼프 행정부의 '무제한 전쟁' 우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민간 발전소와 교량 폭파를 협박하면서 국제법 위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 내 민간인 피해 대응팀 해체 이후 국제법 감시 체계가 무너진 가운데, 국제 인권 단체와 법률 전문가들이 전쟁범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작전에서 민간 기반시설 파괴를 노골적으로 협박하면서 국제법 위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7일 오후 8시까지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는 국제인도법상 명백한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국제 인권 단체들은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사라 예거 워싱턴지부장은 발전소 폭격이 병원과 상수도 등 필수 민간서비스에 대한 전력 공급을 차단해 이란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앰네스티도 민간 기반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국제법상 금지되어 있으며, 설령 군사 목표물로 인정되더라도 민간인 피해가 과도하면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법을 외면하는 태도는 지난해 국방부 내 '민간인 피해 완화 및 대응팀'(CHMR) 해체에서 이미 드러났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취임 직후 200여 명으로 구성된 CHMR 인력이 90% 감축되었으며, 육·해·공군 법무감실장들도 모두 해고되었다. CHMR은 2022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당시 미군의 드론 오폭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일가족이 사망한 사건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설립된 조직으로, 군사작전 전에 민간인 거주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위험 요소를 분석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민간인 피해 보고 시 사후 평가조사를 실시해 대책을 마련했다. 군 법무관들은 군사작전이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는지 검토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미 의회는 과거 법무관 의견이 무시되지 않도록 이들의 계급을 중장으로 상향한 바 있다.
이러한 감시 기구의 해체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한 달여 동안 국제법을 거리낌 없이 위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분쟁 감시 비정부기구인 ACLED는 미·이스라엘이 이란의 정치인과 과학자 암살을 명목으로 50곳 이상의 주거용 건물을 공격했으며, 특정 층뿐 아니라 중화기로 건물 전체를 파괴한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찰서와 바시지 민병대 사무소를 공격한다는 명목으로 인구 밀집 지역을 폭격했으나, 해당 시설들은 이미 비워지거나 대부분 이전된 상태였다고 ACLED는 전했다. 이란 남부 미나브 지역의 초등학교 공습으로는 175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지난 2일 테헤란 인근 대형 교량 폭파로는 100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국방 분석가들은 민간인 사상자 증가가 인도적 차원을 넘어 군사적으로도 심각한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나토군을 지휘했던 스탠리 맥크리스탈 퇴역 장성은 무고한 민간인 한 명이 죽을 때마다 최소 10명의 새로운 적이 생겨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과거 미국이 이라크 침공 당시 취했던 인도적 지원 정책도 외면하고 있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 폭격 전에 요르단,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전역의 창고에 비상 물자를 비축하고 60만 명의 난민 발생에 대비했으며, 미 의회는 침공 몇 주 후 구호 자금 25억 달러를 승인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내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커녕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전 세계적 긴급구호 식량 부족 사태에 대해서도 외면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번 전쟁을 '성전'으로 포장하면서 이란인을 비인간화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거 미국 행정부들은 '종교 전쟁'으로 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언어 사용에 신중했으나, 현 행정부는 거침없이 종교적 언사를 동원하고 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달 25일 국방부에서 복음주의 예배를 개최하고 '자비를 받을 자격이 없는 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압도적인 폭력을 가하기를 기도한다'고 발언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을 '제정신이 아닌 종교적 광신자들'이라고 지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알라에게 찬양하라'는 표현을 덧붙여 이슬람을 조롱했으며, 미국 최대 무슬림 단체인 이슬람관계위원회는 이를 '종교적 언어를 무기화하고 이슬람을 폄하하려는 위험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국제법 전문가 100여 명은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수행 방식이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전쟁범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서한은 뉴욕대학교 법학대학원 산하 온라인 저널 '저스트 시큐리티'에 게재되었으며, 국제법 학자들의 광범위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행동은 국제인도법의 기본 원칙인 민간인 보호와 비례성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향후 국제사법재판소 등에서 법적 책임을 묻는 사안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