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선별 개방' 구체화…이라크는 예외 조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국가별로 선별 허용하는 정책을 구체화했다. 이라크는 예외 조치를 적용받으며 인도주의 물품 운송도 허용하기로 했으나, 실제 이행 범위와 기준의 모호성으로 인해 해운사들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국가와 화물 성격에 따라 선별 허용하겠다는 정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4일 국영 이란 통신사 IRNA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이라크를 '형제국'으로 칭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부과한 제약은 이라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어 해당 제한 조치는 "적국에만 적용된다"고 덧붙여 통과 허용 기준을 특정 국가 단위로까지 좁혀 제시했다.
이번 발언은 이전 입장보다 한층 구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국제해사기구(IMO) 주재 이란 대표 알리 무사비는 적국과 연계된 선박을 제외한 모든 선박에 해협이 열려 있다고 언급했지만, 당시에는 우호국과 적대국이라는 원칙만 제시되었을 뿐 실제 적용 대상이 불분명했다. 이번 이라크 예외 조치 언급은 정책의 실제 범위를 더욱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국가와의 경제 관계는 보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란은 생필품과 가축 사료 등 인도주의적 물자를 실은 선박에 대해서도 통과 허용 방침을 내놨다.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같은 날 이란 농업부 부장관이 해운항만기구에 보낸 4월 1일자 서한을 입수했다며, 인도적 물품 특히 생필품과 사료를 실은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이 봉쇄 정책을 취하면서도 인도주의적 고려를 반영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예외 조치가 어느 범위까지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의 실제 범위와 집행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은 여전하다. 블룸버그는 이라크 예외 조치가 이라크산 원유를 운반하는 모든 선박에 적용되는지, 아니면 이라크 선적 유조선에만 해당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측도 해운사들이 실제로 해협 진입 위험을 감수할지가 관건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타스 통신 역시 인도주의 화물을 실은 이란행 선박의 경우 페르시아만에 고립된 상태에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항행까지 허용되는지는 문건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란의 정책 선언이 구체적 이행 절차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란은 세계 주요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상태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거래량의 약 20~3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란의 봉쇄는 국제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공급망에 직결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일부 선박 통과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프랑스 선주 소유 컨테이너선 'CMA CGM 크리비'호가 해협을 통과했고, 일본 해운사 상선미쓰이 관련 선박 2척도 최근 이 구간을 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란이 선별 개방 정책을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선별 개방 정책은 국제 해운 시장에 미묘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봉쇄를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책의 모호성으로 인해 해운사들의 통과 판단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해협 인근 해운료 상승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 사회는 이란의 구체적인 정책 이행 방안과 투명성 있는 기준 제시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