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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해협 통행세 부과로 흔들리는 페트로 달러 체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행세 부과와 원유 결제를 위안화로만 허용하는 규칙을 도입하면서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이는 1956년 수에즈 운하 국유화 사건과 유사한 양상으로, 페트로 달러 체제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으며 국제 금융 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의미한다.

호르무즈해협 통행세 부과로 흔들리는 페트로 달러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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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 질서의 핵심축인 '페트로 달러' 체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통행세를 부과하는 규칙을 새로 만들고, 원유 결제를 자국 통화인 리알화와 중국 위안화로만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1956년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며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준 '수에즈 모멘트'에 비견되는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승리로 평가되지만 정치적으로는 상황이 다르다.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이 각각 90%, 80% 이상 파괴되는 등 군사력 측면에서 이란은 심각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미국은 동맹국과의 관계 악화, 국제 유가 상승, 그리고 무엇보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권 강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제거하고 친미 정부를 수립하려던 원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정치적 승리는 이란의 손에 넘어갔으며, 이는 역사적으로 군사 승리가 반드시 정치적 성공을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1956년 수에즈 운하 국유화 사건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사적 선례를 제공한다. 당시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은 이스라엘 지원국인 영국과 프랑스에 타격을 주기 위해 수에즈 운하 국유화를 선언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막강한 군사력으로 이집트를 침공해 단 1주일 만에 운하를 열었지만,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격분했고 소련도 핵무기 사용 경고로 맞섰다. 결국 영국과 프랑스는 운하를 이집트에 양도해야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집트가 운하 통행세를 부과하자 영국과 프랑스의 경제가 침체되고 파운드화와 프랑화 가치가 추락했으며, 영국은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이는 군사적 승리가 경제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 강화는 단순한 통행세 부과를 넘어 국제 금융 질서의 재편을 의미한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 국적의 유조선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방침을 확정했으며, 원유 결제를 리알화와 위안화로만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세계 석유 거래의 상당 부분이 달러로 이루어지던 기존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이란의 해협 통제 주도권을 전제로 한 중재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은 페트로 위안화의 부상을 의미한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의 약 30% 이상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 해협의 통제권 변화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금융 질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금 태환 정지 선언 이후 점진적으로 약화되어 왔다. 금의 뒷받침을 잃은 달러는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결제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로 그 위상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이제 이 최후의 버팀목마저 흔들리고 있다. 만약 페트로 달러 체제가 붕괴되면 미국의 국제 금융 질서 내 위상은 근본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페트로 달러와 페트로 위안 간 본격적인 통화 전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국제 금융 질서 재편 과정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미국, 이란, 중국 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대외 정책이 국익을 보호하는 최선의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 질서 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역사는 국제 분쟁 과정에서 균형 감각을 잃은 국가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