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한국과 반도체·AI·양자기술 협력 제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서울 연세대 강연에서 한국과의 반도체·AI·양자기술 협력을 제안하고, 미중 중심 국제질서에서 벗어난 '전략적 자율성'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접근을 강조하며 호르무즈 해협 안전 운항 협력을 제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연세대 대우관에서 열린 학생 강연회에서 미국과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벗어난 '전략적 자율성' 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한국과 프랑스가 함께 대응할 수 있는 분야들을 제시했다. 양국 수교 140주년을 맞아 국빈 방한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연세대를 방문해 직접 학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의 국제 정세를 분석하면서 중견국들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의 지배에 의존하고 싶지 않고, 미국의 예측 불가능성에도 과도하게 노출되고 싶지 않다"며 "그런 면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협력할 공간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견국들이 자신들의 기술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이 함께 움직일 경우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더욱 강력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이 제시한 협력 분야는 미래 기술의 핵심이다. 그는 양국 간 유망 협력 분야를 묻는 질문에 "반도체와 양자기술을 꼽을 수 있다"며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강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분야에서 협력할 경우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해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닌 구체적인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의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기술력과 프랑스의 AI, 양자기술 역량을 결합할 경우 전략적 가치가 높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중동 정세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표현했다. 그는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며 "국제질서의 핵심은 모든 국가가 동일한 규범을 준수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특정 국가의 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군사 개입과 폭격을 정당화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등 과거 군사개입 사례를 언급하며 군사적 해법의 한계를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이란의 정책과 체제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군사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대신 "휴전과 협상, 국제적 감시가 필요하다"며 "충돌 방지 메커니즘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의 안전한 운항을 보장하기 위해 각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상회담 직후 "호르무즈 해협 내 안전한 해상수송로 확보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양국 정상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언급해 양국의 입장이 일치함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한은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양국이 수교 140주년을 맞아 프랑스 대통령이 국빈 방한한 것은 2015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이후 11년 만이며, 2017년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으로서는 첫 방한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박 3일의 일정 동안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국회 연설, 기업 방문 등을 통해 한국과의 관계를 심화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는 기술 협력부터 외교 협력까지 다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