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논의…시장은 '조건부 개방'에 반응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를 추진하는 이란과 이를 정상화하려는 국제사회의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파키스탄 주도의 '조건부 개방' 시나리오가 제시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반응하기 시작했으며, 해협 정상화 방식에 따라 세계 에너지 시장과 경제 전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새로운 국제 분쟁의 중심에 섰다. 이란이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 국영통신사 IRNA는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공동으로 감독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마련 중이라고 보도했다. 가리바바디 이란 외교부 차관은 이를 '안전한 통과 보장과 서비스 개선'이라고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통행료 부과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란 의회는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부과하는 조항을 포함한 신규 관리 계획안을 승인한 상태다.
이란의 통행료 부과 계획은 국제법 위반이자 글로벌 에너지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다. 한국을 포함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중동 에너지를 수입하는 국가들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란은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이란·중국 화폐 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받는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으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박만 선별적으로 통과시키고 있는 상태다. 이란이 전쟁 이후에도 해협 통제권을 유지한다면 언제든 세계 에너지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부정적 뉴스가 전해지자 오히려 글로벌 증시가 반등했다는 것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성 없는 대국민 연설로 시장이 급락하고 유가가 폭등했던 상황에서 급변한 것이다. 시장이 이 소식에 반응한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의 가능성을 읽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종료와 해협의 정상화는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군사적으로 강제 개방하지 않고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와 '해협을 열어두는 책임은 이용국들에 있다'는 발언이 나오자 장기 지상전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것이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이 반등이 펀더멘털이 아닌 기술적 수급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과도한 비관론에서 벗어나는 되돌림 현상이라는 의미다.
현재 미국과 이란 간 중재자 역할을 하는 파키스탄이 제시한 '조건부 개방' 시나리오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파키스탄은 사우디, 튀르키예, 이집트 외무장관과 회의를 열고 수에즈운하 식 수수료 구조와 3국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해협 관리 컨소시엄 구상을 논의했다. 이 방안의 핵심은 제3국이 해상 교통을 관리하는 틀을 만들되, 이란은 직접적인 통행료 징수 주체로 나서지 않는 대신 안전 보장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컨소시엄을 통해 이란에 막대한 통행료 수익을 제공하는 대가로 해협 자유 통행을 얻어내는 외교적 타협안이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도 중재에 나섰으며, 지난달 31일 파키스탄과 함께 5개 조항의 평화 제안을 발표했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를 위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미국의 강한 군사 타격으로 이란이 협상에 나서는 '낙관적 시나리오'다. 이 경우 프랑스 주도의 35개국 합동 다국적 해상 안전 체계가 가동되어 기뢰 탐지와 유조선 호위를 통해 통행을 정상화한다. 둘째는 해협 정상화가 오랫동안 지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의 철수 지연이나 이스라엘의 지속적 공격, 이란의 후티 반군 활용으로 홍해와 수에즈 운하까지 차단되는 경우다. 이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을 넘어 글로벌 성장 둔화와 침체 위험까지 고려해야 한다. 셋째는 현재 부상 중인 '조건부 개방 시나리오'로, 통행료를 어떤 방식으로든 부과하되 자유 통행을 복구하는 방식이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이 안에 동의한다면 컨소시엄의 통행료 수익 일부를 미국도 가져갈 수 있다고 관측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호르무즈 해협은 나와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공동으로 통제할 것'이라고 발언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모두 순수 예측이며 제3국의 제안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