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경 발언에 코스피 4.47% 급락…환율 1524원까지 치솟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강경 발언으로 원달러 환율이 1524원까지 급등했고, 코스피는 4.47% 급락해 5234로 내려앉았다. 유가도 동반 급등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예상 밖 강경 발언이 촉발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8.4원 급등한 1519.7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고, 코스피는 244.65포인트(4.47%) 하락한 5234.05로 내려앉았다. 전날 종전 기대감에 28.8원 내리며 1501.3원으로 진정세를 보였던 환율이 하루 만에 다시 1520원대로 올라선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준다. 유가도 함께 급등하며 위험회피 심리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양상을 드러냈다.
환율 급등의 직접적인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었다. 한국 시간 오전 10시에 시작된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 '강한 타격'을 가할 것이며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보낼 것'이라는 강경 발언을 했다. 이는 전날 종전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타던 시장의 심리를 급변시켰다. 간밤 이어진 미국과 이란의 신경전 속에서 원달러 환율은 1512.2원으로 상승 출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면서 급격히 상승폭을 확대했다. 장중 1524.1원까지 치솟은 환율은 위험회피 심리의 심화를 명확히 드러냈으며,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이틀 만에 100선 위로 올라섰다.
증시의 낙폭도 가파랐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72.99포인트(1.33%) 오른 5551.69로 이틀째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했으나, 연설 중 강경 발언이 나오자 즉각 하락세로 돌아섰다. 장중 308.43포인트(5.63%) 내린 5170.27까지 급락했다가 전 거래일 대비 4.47% 하락한 5234.05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59.84포인트(5.36%) 하락해 1056.34로 내려앉았다. 장중 지수 낙폭이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오후 2시34분 코스닥 시장에 이어 오후 2시46분 유가증권시장에서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됐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12번째, 코스닥 시장에서는 8번째로 집계됐다. 특히 전날 주가 급등으로 두 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했는데, 하루 만에 장세가 완전히 뒤바뀐 것은 시장 심리의 급변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가 급등도 시장 약세를 부채질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6% 급등 전환해 배럴당 106달러를 넘어섰다. 유가와 환율이 동반 급등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는 급격히 악화했다. 수급별로는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도세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조4510억원, 1320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개인이 홀로 1조2050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1만1200원(5.91%) 하락한 17만840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하루 만에 18만원대 고지를 내줬고, SK하이닉스도 7.05% 내린 83만원으로 주저앉았다.
다만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에 일부 방산주는 상승 마감하며 대조를 이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30% 상승하며 유일하게 상승세를 유지했다. 증권가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당분간 약세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이날 시장 상황을 두고 '전날 종전 기대가 만든 주가 반등이 실망에 따른 투매로 나타났으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중동 정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