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부과로 국내 정유사 연 1조원 추가 비용 발생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과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정유 4사의 연간 비용 부담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용은 결국 휘발유·경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해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이미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한국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가 부담해야 할 연간 비용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유사들이 이 비용을 전부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없어 업계와 소비자가 함께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이 부과하는 통행료 규모를 분석해보면 그 영향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IRGC는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 운영사들에게 선박의 소유 구조, 선적, 화물 명세서, 목적지, 승무원 명단 등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협상 시작가는 배럴당 약 1달러로 위안화 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적재 용량인 200만 배럴을 고려하면 선박 1척이 통행료로 최소 200만달러(약 30억원)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이 연간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가 약 7억 배럴에 달하고, 이는 유조선 350척 분량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정유 4사의 연간 통행료 부담액은 약 7억달러(약 1조619억원)에 이를 것으로 계산된다.
정유사 입장에서 이 통행료가 얼마나 부담스러운지는 비용 구성을 분석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는 VLCC가 운송하는 화물 가치의 1%에 해당하지만, 현재의 해상운임 수준을 감안하면 그 비중이 훨씬 크다. 현재 두바이유 시세가 배럴당 약 105달러 수준이므로 VLCC 1척에 실린 원유의 가치는 약 2억1000만달러(약 3187억원) 정도다. 반면 호르무즈해협에서 출발해 한국에 도착하는 VLCC의 현재 해상운임은 편도 1800만달러(약 272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통행료는 이 해상운임의 11.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해운 비용이 이미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비용 부담이 추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통행료 부과로 인한 파급 효과는 결국 소비자에게까지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들이 도입하는 중동산 원유 비용이 배럴당 약 9.56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붙는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휘발유와 경유 제품가격이 리터당 약 11원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석유최고가격제를 도입한 상태라 정유사들이 비용 상승분을 전부 가격에 반영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정유사와 소비자가 함께 비용 부담을 나누게 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더 복잡한 문제는 이란이 미국과 무관한 기업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이다. 이 조건이 적용될 경우 국내 선박의 통행료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정유 4사의 전체 수출액 407억달러 중 43억달러 이상이 미국에서 나왔으며, 주요 정유사들의 미국과의 연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지분 50%를 미국 셰브런이 보유하고 있고,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미국과 투자 관계가 있으며, HD현대오일뱅크도 아람코가 1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미국과의 자본 연계가 이란의 통행료 협상에서 한국 정유사들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