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위기, 35개국 긴급회의 소집…미국 배제한 채 재개방 논의
영국이 주도하는 35개국 국제회의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안전을 위해 소집됐다. 미국을 배제한 채 군사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에너지 공급 불안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영국이 주도하는 35개국 국제회의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놓고 긴급 협의에 나선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국가들에게 해협 재개방 책임을 떠넘긴 데 따른 대응으로, 미국을 배제한 채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분쟁이 완화된다고 해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재개방이 보장되는 게 아니다"며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는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와 걸프 국가들, 그리고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광범위하게 참여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1%가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로, 이 해협의 안전성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회의에서는 군함 호위, 기뢰 제거 작전, 이란의 추가 공격에 대비한 방어 체계 구축 등 다양한 군사적 시나리오가 논의될 예정이다. 본래 이 계획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 종료 이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국제 연합체의 구성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국들이 제공할 수 있는 군사 자산의 규모와 성능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는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정을 파견할 수 있지만, 이러한 함선을 보호하기 위한 호위함 파견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실질적인 전력 구성에 상당한 난항을 초래할 수 있으며, 회의 참가국들 간의 역할 분담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에너지 공급 불안이 심화되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의 빈손정유·석유화학은 러시아와 원유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며, 스리랑카 국영 석유회사인 실론퍼트롤리엄도 러시아 기업들과 도입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도 러시아산 원유 구매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는 상태다. 필리핀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2척을 반입했으며, 이는 2021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필리핀의 유일한 정유회사인 페트론은 러시아산 원유 250만배럴을 매입했다며 "가능한 대안을 모두 검토한 끝에 내린 긴급 조치"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증가는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공급 다변화 전략을 반영하고 있다. 인도의 수입 확대가 특히 두드러지는데, 인도 정유업체들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량은 지난 2월 하루 평균 100만배럴에서 3월 말 190만배럴로 급증했다. 일부 물량은 원래 중국으로 향하던 것이었으나, 인도가 기존 시세보다 약 5%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년간 인도와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었지만, 미국이 최근 제재를 유예하면서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를 대체 공급처로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와 맞물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형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