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미국민에게 보낸 공개서한서 '역사적 정당성' 강조
이란의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민을 향한 공개서한을 발표했으며, 이란의 평화지향적 국가 정체성과 미국의 일관된 개입 정책을 비판하고 방어 조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1953년 쿠데타 이후의 미-이란 관계 악화 과정을 상세히 언급하면서 현재의 긴장 관계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제시했다.
이란의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4월 1일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미국민을 향한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이 서한은 미국과의 역사적 갈등을 재조명하면서 이란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는 외교 메시지로, 현재 긴장 관계에 있는 양국 간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서한에서 이란 문명의 오랜 역사와 평화지향적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한 정당한 방어 조치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서한의 핵심 주장은 이란이 현대사에서 침략이나 팽창주의 정책을 추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이란은 역사적·지리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침략, 팽창, 식민지배, 지배를 선택한 적이 없다"며 "외세의 점령과 침략을 견뎌냈음에도 이웃 국가들보다 군사적 우위에 있으면서도 전쟁을 먼저 시작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란 국민들이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 국민에 대해 적대감을 갖고 있지 않으며, 정부와 국민을 구분하는 것이 이란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의 미-이란 갈등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암시적 비판으로 읽힌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을 '위협'으로 규정하는 것이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협을 규정하는 것은 강대국의 정치·경제적 필요에서 비롯되며, 압박을 정당화하고 군사 우위를 유지하며 무기산업을 지탱하고 전략적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이 이란 주변에 가장 많은 군사력과 기지를 집중시켜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군사적 위협에 대한 방어력 강화는 정당한 자기방위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개발을 암묵적으로 정당화하려는 논리로 해석된다.
역사적 관점에서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1953년 쿠데타를 미-이란 관계 악화의 분수령으로 지목했다. 그는 "1953년 쿠데타는 이란의 자원 국유화를 저지하기 위한 불법적 미국 개입이었으며, 이는 이란의 민주주의 과정을 방해하고 독재를 재도입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의 샤 정권 지지, 1980년대 이라크-이란 전쟁 중 사담 후세인 정권 지원,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경제 제재, 그리고 협상 중 단행된 두 차례의 군사 공격 등을 나열하며 미국의 일관된 적대 정책을 강조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언급함으로써 현재의 이란 정부의 강경한 태도가 미국의 오래된 개입 정책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서한의 후반부에서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이란의 발전상을 강조하며 외부의 압박에도 불구한 국가 역량의 성장을 주장했다. 그는 "이슬람 혁명 이전 약 30%였던 문해율이 현재 90% 이상으로 증가했고, 고등교육이 급속도로 확대되었으며, 현대 기술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고, 보건 서비스가 개선되었고, 인프라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국내 발전을 이루어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란 정부의 정당성을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서 찾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동시에 그는 제재와 전쟁, 공격이 이란 국민의 삶에 미친 파괴적이고 인도주의적 해악을 언급하며, 미국의 정책이 일반 국민에게 미친 고통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번 서한은 외교적으로 여러 층위의 의미를 갖는다. 표면적으로는 이란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공공외교 전략이지만, 동시에 미국 국내 여론에 호소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왜곡과 조작된 서사 속에서도 진실을 추구하는" 미국인들에게 직접 호소한 것은 현 미국 행정부의 정책과 구분되는 미국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이 서한은 이란의 핵 협상 복귀 가능성과 관련된 신호로도 읽힐 수 있으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전제 조건들을 역사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향후 미-이란 관계의 진전 여부는 이러한 외교적 신호에 대한 미국의 반응에 달려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