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트럼프 백악관 공사에 제동… '대통령은 관리자일 뿐'
미 연방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연회장 공사를 중단시키며 '대통령은 관리자일 뿐'이라고 판시했다. 같은 날 공영방송 지원금 중단도 위헌이라고 판결했으며, 마이애미에 건설 중인 47층 규모의 대통령 기념관도 논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백악관 연회장 공사가 연방법원의 판결로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달 31일 리처드 리언 미 연방법원 판사는 의회의 승인 없이 진행되고 있는 백악관 시설 개조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리언 판사는 35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미국 대통령은 미래의 대통령 가족을 위한 백악관의 관리자일 뿐 주인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명확히 제한했다. 이는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사업에 잇따라 제동을 거는 사례 중 하나로, 행정부와 사법부 간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백악관 연회장 공사는 지난해 10월 백악관 동관을 철거하면서 시작됐다. 기존 백악관 만찬장의 수용 인원이 약 200명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연회장 건설을 추진한 것이다. 공사 규모는 상당해 약 4억 달러(약 6000억원)의 개인 기부금을 조달해 공사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과 개인의 기부금으로 공사 비용을 충당하기 때문에 의회의 승인이나 예산 배정이 필요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의회가 법적 승인을 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판사는 추가로 민간 기부금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 대해 과정이 모호하고 의심스럽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법원의 판결 근거는 대통령의 권한이 법률에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는 헌법적 원칙에 있다. 리언 판사는 판결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의회의 승인 없이 백악관 동관을 철거한 것 자체도 문제 삼으며, 이는 국가역사보존협회(NTHP)가 제기한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되었다. 국가역사보존협회는 역사가 있는 백악관 시설을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에 반발하며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번 판결은 이들의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 국가역사보존협회를 '좌파 광신도 집단'으로 몰아세우며 강하게 불만을 터트렸고, 행정부는 판결이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같은 날 미 컬럼비아특별구 연방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행정명령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NPR과 PBS 등 공영방송이 '좌편향적'으로 뉴스를 보도한다는 이유로 자금 지원을 중단한 행정명령이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라고 판시한 것이다. 수정헌법 제1조는 종교, 표현, 출판, 집회, 청원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헌법의 핵심 조항이다. 재판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명령이 정부 조치를 동원해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견해를 탄압하려는 것이었다며, 수정헌법 제1조는 "이런 유형의 관점 차별과 보복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시했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정부의 자의적 권력 행사 사이의 헌법적 경계선을 명확히 한 결정이다.
법원의 제동이 잇따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또 다른 대규모 프로젝트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는 자신의 사저인 마러라고 리조트가 위치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내에 초고층 대통령 기념관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기념관의 조감도 영상에 따르면 기념관은 47층 높이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47대 미국 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건물 상단에는 '트럼프'라는 이름이 크게 새겨지며, 강당처럼 보이는 공간에는 오른팔을 치켜든 황금빛 트럼프 대통령 대형 동상이 청중석을 바라보고 있다. 입구로 추정되는 구조물 위에도 대형 금빛 동상이 서 있어 대통령을 우상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념관 건설에는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대로라면 기념관 건설에 1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통령은 보통 퇴임 후 재임기의 기록을 보관하는 도서관을 세우고 기념관 역할을 하게 하며, 이는 민간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황금 동상이 대통령을 우상화하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기념관이 역사적으로 가치가 큰 지역 랜드마크인 프리덤 타워를 가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 공사 중단 판결에 이어 대통령 기념관 건설도 법적, 사회적 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