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담보대출 만기 연장 금지…1만2000가구 매물 출회 예상
금융위원회가 17일부터 수도권 다주택자의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1만2000가구가 규제 대상이며, 이 중 62.5%가 양도세 중과 지역에 집중되어 매물 출회가 예상된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예외 조치도 함께 마련되었다.

금융위원회가 17일부터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일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대출을 활용한 투기 수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대출로 다주택을 유지하기 힘들게 해 해당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부동산시장의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규제 대상은 서울 전역과 과천, 광명 등 경기 12개 지역의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보유 아파트다. 금융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규제 대상인 아파트는 총 1만7000가구이며, 이 중 올해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주택은 약 1만2000가구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 규제지역에 집중된 7500가구(62.5%)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적용 지역이어서 5월 9일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약 2주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은행권 준비와 차주의 혼란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임대사업자들은 최초 3~5년 만기로 대출을 받은 후 1년 단위로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재심사를 거치더라도 관행적으로 연장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만기 시점에 원금을 상환해야 하며, 현금이 부족하면 주택을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 함영진 랩장은 "대출 만기 때 현금 상환이나 매각 부담이 커지면서 현금 여력이 약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실수요자들에게 강남권 등 규제지역 아파트 매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세입자 보호를 위한 예외 조치도 마련했다. 1일 기준 유효하게 체결된 임대차계약은 계약 종료일까지 만기 연장이 가능하며, 16일까지 성립하는 묵시적 갱신도 인정된다. 또한 4월 1일 기준 4개월 이내인 7월 31일까지 끝나는 임대차계약에서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새로운 계약 종료일까지 대출 만기 연장을 허용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계약이나 매매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계약까지 일률적으로 막으면 세입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는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금융당국은 향후 규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 낀 매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해 매물 출회를 촉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임대차계약이 내년 12월 끝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다주택자 주택의 경우, 무주택자가 올해 12월까지 매수하면 실거주 의무가 임대차 종료 시점까지 유예되어 매물이 연내 출회될 수 있게 된다. 다만 무주택자도 강한 대출 규제에 묶여 있어 결국 자금 여력이 충분한 실수요자만 실제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가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자금 여력 있는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재편으로 마무리될지는 앞으로의 시장 흐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