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과매수 경고…월가 "하반기 약세 전환 임박"
달러가 2024년 10월 이후 최고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월가 거대 투자은행들은 달러가 과매수 상태에 있으며 하반기 약세로 전환할 것으로 경고했다. 뱅크오브 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는 달러지수가 3~5% 하락할 수 있으며, 달러가 펀더멘털 대비 15% 과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달러화를 사상 최강으로 몰아올렸지만,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일제히 경고를 내놓고 있다. 달러가 현재 과매수 상태에 빠져 있으며, 조만간 급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뱅크오브 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등 월가 거대 투자은행의 외환 전략가들은 달러의 '전쟁 프리미엄'이 이미 충분히 반영됐으며, 미국의 금리 인하 신호가 나타나는 순간 달러는 큰 폭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달러화의 현재 강세는 수치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31일 유럽 외환시장에서 ICE달러지수는 100.488을 기록했으며, 장중 한때 100.643까지 올라갔다. 3월 한 달간 약 3% 상승한 수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달러당 원화가 한때 1,536.70원에 도달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급등의 배경에는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있다. 투자자들은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하를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판단하면서 기축통화인 달러로 몰려들었다. 또한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 수요를 뒷받침했다.
파생상품 시장의 거래량도 달러 강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한 확신을 보여준다. 거래자들은 현재 70억 달러 이상의 달러 강세 베팅 포지션을 보유 중이며,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최대 규모다. 흥미로운 점은 중동 분쟁 발생 이전까지 달러 약세를 예상하고 매도 포지션을 잡았던 트레이더들이 빠르게 포지션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심리 변화가 얼마나 급격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이러한 달러 강세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뱅크오브 아메리카의 G10 외환전략 헤드인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는 "역사적으로 전쟁 초기에 강세를 보인 달러는 침공 1개월 이후부터 약세로 전환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달러가 공포에 기반한 오버슈팅으로 과대평가 영역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며 중기적으로 달러지수가 3~5%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연준이 결국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골드만삭스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았다. 현재 달러 가치가 펀더멘털 대비 약 15% 과대평가돼 있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외환 전략 공동 헤드인 카막샤 트리베디는 "시장의 초점이 전쟁 공포에서 미국의 경기둔화 리스크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러가 향후 전쟁 프리미엄이 사라지면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을 잃고 순환적 약세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전쟁 관련 재정지출로 예상외로 재정 적자가 확대되고,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 및 무역 적자)' 문제가 다시 부각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달러는 전술적 매도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전망에 따라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재편을 권고하고 있다. 트리베디는 현재 달러의 강달러 추격 매수 대신 얕은 달러 하락에 대비해 달러 대비 저평가된 유로화와 엔화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것을 조언했다. 결국 달러의 현재 초강세는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며, 기본 경제지표로 돌아올 때 달러는 약세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월가의 대체적 합의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