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속고발권' 전면 개편 추진… 권력 집중 견제 본격화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독점 문제를 지적하며 전면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정 수 이상의 국민·기업이 동의할 때 직접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정부에 직접고발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검토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함으로써 '봐주기할 권한'이 생기고 이것이 남용될 여지가 생긴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으로부터 전속고발권 전면 개편 방안을 청취한 이 대통령은 국무위원들 간 토론을 제안하며 개편 논의를 본격화했다. 이는 지난 2월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이후 약 2개월 만에 구체적인 개편 방안이 논의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전속고발제는 1980년 도입된 제도로,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경쟁 업체들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남발할 경우 기업들이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느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공정위가 고발 여부를 전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의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불공정 의혹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는 권력의 집중이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지적과 맞닿아 있다.
이번 국무회의에서 주 위원장이 제시한 전속고발권 개편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300명 이상의 국민이나 30개 이상의 기업이 동의하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직접 고발할 수 있도록 고발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소수의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이 뜻을 모아야만 고발이 가능하도록 제한함으로써 무분별한 고발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둘째, 현재 검찰총장, 감사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달청장에게만 부여된 고발요청권을 중앙행정기관과 광역·기초자치단체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기관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고발요청권 확대만으로는 전속고발권의 남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정부를 너무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며 지방정부에 직접고발권을 부여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공정위의 권한 독점을 더욱 광범위하게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이 대통령은 고발요청권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왜 요구권으로 제한해야 하나"라고 언급했다. 이는 현재의 제도 설계가 여전히 공정위를 중심으로 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읽힌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여러 장관들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개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일반 국민에게 고발권을 무제한적으로 확대할 경우 역으로 고발권 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대한 악성 범죄로만 고발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제도 개편 과정에서 기업들이 추가적인 부담을 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경제단체와의 긴밀한 소통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의견들을 수렴한 뒤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속고발권 개편은 단순한 행정 제도 개선을 넘어 권력 분산과 견제라는 헌정적 가치와도 연결되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라는 단일 기관이 독점하던 고발권을 다양한 주체로 분산시킴으로써 권력의 자의적 남용을 방지하려는 취지다. 다만 고발권을 과도하게 확대할 경우 기업들이 불필요한 수사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앞으로 정부는 권력 분산과 경제 활동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세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시민사회와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했으므로,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