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1위 감독을 챔프전 직전 내친 도로공사…본사 개입 의혹
정규리그 1위를 이끈 김종민 감독을 챔피언결정전 직전 계약 만료를 이유로 교체한 도로공사 배구단이 배구계 전체의 비난을 받고 있다. 대부분 구단이 4월30일을 계약 만료일로 설정하는 것과 달리 도로공사는 3월31일로 설정해 논란이 되었으며, 이는 본사 윗선의 개입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로공사 배구단이 정규리그 1위로 이끈 김종민 감독을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계약 만료를 이유로 교체하면서 배구계 전체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도로공사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종민 감독과의 10년 여정을 마무리한다고 공식화했으며, 감독의 계약 만료일은 3월31일이었다. 그러나 배구 업계 관계자들은 이 결정이 상식을 벗어난 처사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이라는 시즌 최고의 무대를 앞두고 감독을 교체한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를 지적하고 있다.
세계일보가 현역 감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V리그 구단들은 감독과의 계약 만료일을 4월30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V리그의 봄 배구가 보통 4월 초까지 진행되고, 시즌 종료 후 각종 구단 행사와 시상식, 자유계약선수(FA) 시장 개설 등 감독의 역할이 필요한 일정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도로공사는 챔피언결정전이 개최되기 전인 3월31일을 계약 만료일로 설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 현역 감독은 "감독 계약 종료일이 챔프전 개최 전인 3월31일인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모든 구단의 목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인데, 도로공사는 봄 배구를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감독과 계약을 맺은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배구계 관계자들은 이번 결정이 10년을 함께한 감독에 대한 예우 부족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감독은 "계약 만료일이 31일이니 31일까지는 팀 훈련을 이끌어달라는 요구까지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경기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데도, 도로공사가 정규리그 1위로 이끈 감독 없이도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팬들도 도로공사의 처사에 대한 성토를 멈추지 않고 있으며, 배구계 전반에서 비판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도로공사가 김종민 감독의 계약 만료일을 3월31일로 설정한 이유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로공사는 2015~2016시즌 중 이호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하자 수석코치가 대행을 맡아 시즌을 마무리했고, 2016년 3월 김종민 감독을 신임했다. 당시 첫 계약을 3월에 체결했고, 이후 1년 단위로 재계약할 때마다 3월31일을 계약 만료일로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 측은 이를 관례적 관행으로 설명했지만, 이는 챔피언결정전이 진행되는 시점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도로공사가 계약 연장을 거부한 공식 이유는 김 감독이 관여된 A코치 폭행 및 명예훼손 사건이 지난 2월 말 검찰에 의해 약식기소된 것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설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약식기소는 유죄를 의미하지 않으며, 김 감독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아직 무죄 상태다. 더욱이 김 감독은 약식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정식재판을 통해 무죄를 증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챔프전 결과와 관계없이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도로공사가 챔프전 기간만을 위한 임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이 같은 상황에서 더욱 비합리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결정이 배구단의 의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 배구단을 총괄하는 단장과 사무국 이하 모든 프런트 관계자들이 김종민 감독을 챔프전을 앞두고 내치는 것에 반대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결국 배구단 너머에 있는 도로공사 본사 윗선의 개입에 따른 처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본사 인사들의 행정적 결정이 팬들은 물론 한국배구연맹(KOVO)과 다른 구단까지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프로배구가 아직도 진정한 의미의 '프로'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