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합리적 선택'이 부메랑…GS칼텍스에 플레이오프 완패
현대건설이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주전을 제외하고 GS칼텍스에 패하자, GS칼텍스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플레이오프에서 GS칼텍스의 실바가 폭발적인 활약을 펼치며 현대건설을 2전 전패로 꺾었고, 현대건설의 19년 경력 스타 양효진은 패배로 현역을 마감했다.
2025~2026시즌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이 GS칼텍스에 완패하며 봄 배구를 일찍 마감했다. 현대건설은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0-3(23-25, 23-25, 19-25)으로 무릎을 꿇었다. 26일 수원에서 벌어진 1차전도 1-3으로 패하며 2전 전패로 플레이오프를 떠났다. 특히 이번 패배는 현대건설 프랜차이즈 사상 최고의 스타이자 V리그의 살아있는 역사인 양효진의 마지막 공식전이 패배로 끝났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팠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건설의 이번 패배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약 열흘 전인 3월 18일, 현대건설과 GS칼텍스는 2025~2026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펼쳤다. 당시 상황은 두 팀에게 완전히 달랐다. 현대건설은 이미 정규리그 2위를 확보한 상태였고, GS칼텍스는 IBK기업은행과의 순위 경쟁에서 생존이 달린 상황이었다. 정규리그를 끝낸 흥국생명은 19승17패, IBK기업은행은 18승18패로 각각 승점 57을 기록했고, GS칼텍스는 18승17패에 승점 54였다. GS칼텍스가 승점 3을 챙겨야만 IBK기업은행을 제치고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절박한 상황이었다.
현대건설의 선택은 '지극히 합리적'이었다. 세터 김다인을 비롯해 양효진, 김희진, 자스티스, 이예림, 카리, 김연견 등 주전 선수들을 모두 제외했다.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 불필요한 부상 위험을 피하려는 전략이었다. 반면 GS칼텍스는 주전을 총출동시켰고, 결과는 3-0 완승이었다. GS칼텍스는 승점 57에 도달해 흥국생명과 동률을 이루었고, 세트 득실에서 앞서 3위로 올라가 2020~2021시즌 이후 5시즌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보했다.
현대건설의 그 '합리적인 자비'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GS칼텍스의 슈퍼 에이스 실바는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와는 차원이 다른 활약을 펼쳤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흥국생명을 상대로 42점(공격 성공률 59.15%)을 기록한 실바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0점(공격 성공률 50%)을 몰아쳤다. 2차전에서도 서브득점 4개, 블로킹 1개를 포함해 32점(공격 성공률 49.09%)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두 경기에서 총 7개의 블로킹으로 실바를 막으려 했지만, GS칼텍스는 실바가 막혀도 계속 실바에게 공격을 올렸다. 쓰리 블로킹을 상대하는 실바가 다른 아웃사이드 히터들보다 훨씬 나은 공격 옵션이었기 때문이다.
GS칼텍스의 '몰빵배구'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순전히 승리만이 지상과제다. 팀 공격의 50% 이상을 한 선수에게 맡기는 전술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강인한 체력, 정신력, 그리고 팀 전체의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이 필요하다. 현대건설의 입장에서는 카리의 무릎 부상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즌 내내 무릎 통증을 안고 있던 카리는 1차전 19점(공격 성공률 32.08%), 2차전 12점(34.62%)에 그쳤다. 40% 이상의 공격 성공률을 유지했다면 현대건설이 화력전을 이겨낼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2007~2008시즌 데뷔 이후 19년간 현대건설의 중심이었던 양효진은 2차전에서 블로킹 1개를 포함해 13점(공격 성공률 63.16%)을 기록하며 마지막 공식전을 마감했다. 전위 세자리만 뛰면서도 팀 내 최고득점을 책임진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1옵션이었다. 양효진은 정규리그 통산득점 8406점(1위), 블로킹 1748개(1위)를 기록했으며, 포스트시즌 통산 563점, 블로킹 101개, 컵대회 통산 569점, 블로킹 117개를 남겼다. 이번 플레이오프 패배가 그녀의 위대한 19년 업적에 생채기를 낼 수는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