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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금융, 속도보다 '거래 예측성'이 생존 열쇠

a16z는 블록체인 금융이 기존 전통 금융과 경쟁하려면 초당 거래 처리 속도보다 '거래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단기 검열 저항성과 은닉성을 프로토콜 단에서 확보해야만 시장 왜곡을 막고 이상적인 온체인 금융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탈중앙화 금융(디파이)이 기존 전통 금융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초당 거래 처리 속도를 넘어 '거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16z 크립토 부문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의 상용 블록체인 시스템이 초당 수만 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거래가 언제 블록에 포함될지 확실하게 보장하는 예측 가능성이 없으면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이 단순한 속도 경쟁만으로는 월스트리트의 기존 금융 인프라를 대체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거래 지연으로 인한 시장 왜곡이다. 기존 블록체인은 제출된 거래가 결국 유효한 블록에 포함될 것이라는 '최종 포함'만을 보장할 뿐, 거래가 정확히 언제 확정될지는 보장하지 못한다. 이는 단순 결제에는 충분하지만 1분 1초가 중요한 금융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발표로 자산 가격이 급변할 때, 온체인 시장의 시장 조성자들은 즉각적으로 주문 가격을 갱신해야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상의 거래 처리가 지연될 경우, 발 빠른 차익 거래자들이 과거 가격으로 주문을 체결해버려 시장 조성자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시장 조성자들이 매수·매도 호가 격차를 넓히면, 결국 온체인 시장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다수의 블록체인 프로토콜이 채택하고 있는 '단일 리더' 구조에 있다. 특정 노드가 블록 생성을 독점하는 시간 동안 해당 리더는 어떤 거래를 포함시킬지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리더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정 거래의 처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거나 검열할 수 있으며, 다른 사용자의 주문을 미리 보고 자신의 주문을 앞서 처리하는 프론트러닝을 통해 '최대 추출 가능 가치(MEV)'를 챙길 수 있다. 현재 디파이 시장은 주요 노드 운영자들의 평판과 선의에만 기대어 이러한 문제를 아슬아슬하게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유니스왑X나 카우스왑 등 주요 애플리케이션들은 경매 등 중요한 거래 체결 로직을 온체인이 아닌 오프체인으로 빼내어 문제를 우회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실행 로직이 오프체인으로 이동하면 블록체인 베이스 레이어는 단순 결제망으로 전락하며, 디파이의 가장 큰 장점인 상호 운용성이 훼손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a16z는 온체인 시장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고빈도 거래 등 고도화된 금융 서비스를 수용하기 위해 프로토콜 단에서 두 가지 핵심 속성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는 단기 검열 저항성이다. 유효한 거래가 정상적인 노드에 도달하면 즉각 다음 블록에 포함됨을 시스템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단일 리더의 악의적인 누락이나 검열을 원천 차단하는 장치다. 두 번째는 은닉성이다. 거래가 블록에 최종적으로 포함되어 순서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거래를 접수한 노드를 제외한 네트워크 내 누구도 거래 내용을 알 수 없도록 종단 암호화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리더가 타인의 주문을 훔쳐보고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a16z는 "단기 검열 저항성과 은닉성이 결합될 때 비로소 시장 조성자와 참여자들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는 이상적인 온체인 금융 환경이 구축된다"며, "블록체인이 기존 월스트리트의 금융 인프라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단순한 처리량 개선을 넘어 이 같은 구조적 맹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블록체인 업계가 기술 발전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함을 시사한다. 향후 차세대 디파이 프로토콜들이 검열 저항성과 은닉성을 확보하고 오프체인 의존도를 줄이면서 온체인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시스템이 기존 전통 금융을 진정한 의미에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