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출신 35세 최연소 총리 취임, 네팔 정치 변화의 신호
유명 래퍼 출신의 발렌드라 샤가 35세의 나이로 네팔 역대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다. Z세대 주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교체된 가운데, 청년 실업률 22% 이상, 1인당 연소득 1천400달러에 불과한 경제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네팔에서 유명 래퍼 출신인 발렌드라 샤가 35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수도 카트만두의 대통령 관저에서 람 찬드라 포우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취임 선서를 진행한 발렌 총리는 자신의 상징인 검은색 네팔 전통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는 기존의 정치인들과는 다른 개성 있는 이미지를 드러낸 것으로, 네팔 정치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발렌 총리의 정치 입문은 2022년 카트만두 시장 선거에서 시작됐다. 무소속 후보로는 처음 당선된 그는 이후 지난해 9월 Z세대 주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당시 임시 지도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번 총리 취임으로 이어진 경로는 지난 5일 치러진 총선에서 중도 성향의 국민독립당(RSP)의 총리 후보로 출마하면서 본격화됐다. RSP가 전체 하원 의석 275석 가운데 182석을 단독으로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발렌은 자연스럽게 총리 지명을 받게 된 것이다. 그는 총선 승리 직후 랩으로 만든 메시지를 SNS에 공개했으며, 이 노래에는 "단결의 힘이 나의 국가적 힘이다. 하나가 된 네팔인들, 이번에는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가사가 담겨 있었다.
발렌 총리의 등장은 네팔의 심각한 경제 위기와 정치 불안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네팔의 15세부터 24세 청년층 실업률은 22%를 넘어섰으며, 전체 인구 3천만명 가운데 20% 이상이 빈곤층에 머물러 있다. 1인당 연 소득은 1천400달러(약 194만원)에 불과해 남아시아에서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은 특히 젊은 세대의 불만을 증폭시켰고, 지난해 9월의 대규모 시위로 폭발했다. 새 총리는 이러한 청년 실업 문제 해결과 경제 성장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네팔의 정치 불안정은 공화국 전환 이후 심화되고 있다. 239년간 지속된 왕정을 폐지하고 2008년 연방공화국으로 전환한 이후 현재까지 16차례나 총리가 교체됐다. 최근 30년간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CPN-UML)과 네팔회의당(NC)이 권력을 나눠 가져왔으나, K.P. 샤르마 올리 전 총리가 이끈 좌파 연립정부는 부패 척결과 경제 개선을 약속했음에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이러한 정치권의 무능함과 공약 파기가 젊은 세대의 분노를 사면서 지난해 9월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던 것이다.
지난해 9월의 Z세대 반정부 시위는 네팔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당시 네팔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경찰관 3명을 포함해 총 76명이 숨졌으며, 그 가운데 30여명은 실탄에 맞아 사망했다. 최루탄, 물대포, 고무탄에 의한 부상자도 2천여명에 달했다. 시위 과정에서 총리실, 대법원, 국회의사당, 정치인 사저, 호텔 등이 불에 타면서 피해액은 5억8천600만달러(약 8천650억원)에 이르렀다. 이처럼 심각한 사회 갈등을 겪은 네팔에서 발렌 총리는 정치적 안정 회복과 청년층과의 소통이라는 역사적 책임을 맡게 됐다. 래퍼 출신이라는 독특한 배경과 젊은 나이는 기존 정치권과 단절하려는 국민의 염원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되며, 그의 정책 추진 능력이 네팔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