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터보퀀트 기술 발표에 반도체株 출렁…증권가는 '저가매수 기회'
구글의 터보퀀트 기술 발표로 글로벌 반도체주가 출렁이고 있으나, 증권가와 업계는 이를 일시적 심리 현상으로 평가하며 오히려 메모리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저가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구글이 인공지능 칩의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첨단 기술 '터보퀀트'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이 기존 메모리 사용량을 6분의 1 수준으로 압축할 수 있다는 점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고, 국내외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연일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다만 투자은행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주가 하락이 심리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글의 터보퀀트 기술 발표 직후인 지난 25일을 기점으로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의 변동성을 드러냈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27일 전 거래일 대비 0.22% 하락한 17만9700원에 장을 마감했으나, 장중에는 4.30%까지 내려갔다가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낙폭을 크게 제한했다. SK하이닉스도 오전에 4.77%까지 주가가 떨어졌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1.18%로 줄이며 9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증시의 충격은 더욱 심각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26일 6.94% 하락했고, 샌디스크는 11.02%나 내려앉았다. 일본의 키옥시아도 도쿄거래소에서 4.51% 떨어졌다. 특히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업들의 타격이 D램 기업보다 더 컸는데, 이는 낸드 시장에서 공급 기업들 간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하기 때문에 수요 감소 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시장의 핵심 관심사는 인공지능 발 메모리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관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향방이다. 업계는 당초 이러한 호황이 2028년에서 길게는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터보퀀트로 인해 AI 칩당 메모리 요구량이 급감한다면 슈퍼사이클이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끝날 수 있다는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었다. 그러나 반도체업계의 전문가들은 터보퀀트의 실제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구글의 터보퀀트는 'KV 캐시'라고 불리는 특정 메모리 영역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KV 캐시는 인공지능이 사용자와의 대화 맥락을 유지하기 위해 이전 정보를 저장하는 공간으로, 터보퀀트를 통해 용량을 6분의 1로 줄이더라도 KV 캐시 자체가 과거보다 수십 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여서 전체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확대될 것이라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메모리가 결코 '유휴 자원'으로 남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터보퀀트로 확보된 빈 메모리 공간이 더 긴 문장 처리, 동시 사용자 확대, 고도화된 추론 기능 등에 투입되면서 오히려 총 메모리 사용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올해 HBM뿐 아니라 DDR5 D램 모듈 등 범용 메모리까지 공급 부족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터보퀀트 기술로 인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일은 없다"고 명확히 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보고서에서 "터보퀀트가 AI 운용 비용을 6분의 1로 줄여준다면 비용 때문에 AI 도입을 망설이던 많은 기업이 AI 생태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메모리 수요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하락을 투자자들의 과도한 불안심리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교보증권 최보영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간 지정학적 긴장으로 글로벌 경제가 혼란에 빠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높아져 있다"며 "이에 이번 소식을 과도하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일부 투자자가 이번 기회를 명분 삼아 차익 실현에 나선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중국의 저가 AI 모델 '딥시크'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17% 내려앉았으나 1개월도 지나지 않아 회복됐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터보퀀트 사태 역시 일시적인 심리적 요인이 커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주가가 안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