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대사 '협의되면 한국 선박 호르무즈 통항 언제든 가능'
주한이란대사가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해 '협의되면 언제든 가능'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 김영배 의원이 대사와의 면담 내용을 공개하며, 이란이 외교적 해결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와 관련해 '협의만 되면 언제든지 통과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쿠제치 대사가 전날 국회에서 자신과 국민의힘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 김건 야당 간사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중동 정세 악화 속에서 한국의 해운업계와 에너지 안보에 직결되는 이슈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쿠제치 대사는 만남에서 "계속 외교적인 노력 등으로 논의만 되면 (통항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반복적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를 완전히 차단하기보다는 협상과 소통을 통한 해결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란 외무부는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들에 서한을 보내 자국과 사전 조율을 거친 '비적대적 선박'에 한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이후 태국 유조선 한 척이 추가 비용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한 사례도 나왔으며, 이는 이란의 선택적 통항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란의 군사 지도부는 상충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25일 성명에서 "신의 가호로 해협은 압제자들(미국·이스라엘)과 그들의 동맹에 닫혀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외교부와 군부 사이의 입장 차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란 내부의 정책 조율 과정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0~30%가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로,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해운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김 의원은 쿠제치 대사가 "전쟁에 휘말리지 말아달라. 한국이 전 세계 평화에 목소리를 내달라"는 요청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에 대한 이란의 명확한 메시지로, 한국이 미국과 이스라엘 측에 편입되지 말고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달라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 언급은) 전쟁 당사자가 되지 말아 달라는 명확한 요구를 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한반도 주변의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이란의 관심을 드러낸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함정 파견 요청과 관련해서는 실질적인 진전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우리가 만약 군함을 파견하려면 준비 등 최소 한 달 내지 두 달 이상 걸린다"며 "지금 당장 군함 파견 요구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는 미국의 요청이 긴급하지 않으며, 한국이 신중하게 상황을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있음을 의미한다. 김 의원은 또한 "일단 실제 (종전) 협상이 잘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우리가 미국 편이란 것을 보여주는 단계"라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한편 김 의원은 쿠제치 대사와의 면담에서 한국의 외교적 위상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테헤란로가 있는 나라'라고 계속 강조했다"며, 이는 한국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직접 연결된 도로를 가진 유일한 동아시아 국가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평화를 깨는 행위는 우리 국익에 저해된다고 내가 얘기했고 대사가 굉장히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하며, 이란 측이 한국의 평화 지향적 입장에 공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외교적 노력들이 실제로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보장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