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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년 국제수사 끝 국내 송환된 '마약왕' 박왕열, 기내서 수갑 풀어달라 요청

필리핀에서 교민 3명을 살해하고 국제 수사망을 피해온 '마약왕' 박왕열(48)이 10년 만에 국내로 송환되었다. 기내에서 수갑을 풀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으며, 인천공항 도착 후 취재진의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필리핀에서 교민 3명을 살해하고 '옥중 마약왕'으로 악명을 떨쳤던 박왕열(48)이 24일 국내로 송환되었다. 법무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박씨는 필리핀 클라크 공항에서 현지 경찰과 한국 법무부 국제형사과 소속 검사, 호송 인력에 둘러싸인 채 한국행 아시아나항공 정기편에 탑승했다. 모자를 눌러쓴 평상복 차림의 박씨는 양손에 수갑을 찬 상태였으며, 이를 수건으로 가려 일반 승객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이번 송환은 정부가 10년간 추진해온 국제수사의 결실이며,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초순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를 요청한 지 약 3주 만의 성과다.

기내에서 호송팀은 박왕열에게 대한민국 국적기 탑승에 따른 체포영장 집행과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네, 네"라고 짧게 응답했으나, 호송팀이 불편한 점을 말해달라고 하자 예상 밖의 요청을 제기했다. 박씨는 "근데 갈 때 수갑 풀고 가면 안 돼요?"라며 수갑을 풀어달라고 불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제 인도 절차상 범죄자는 기내에서도 수갑을 착용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호송팀은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국제형사법 절차에 따른 엄격한 규정으로, 도주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2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박왕열은 취재진의 질문에 일관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경찰과 법무부 직원 수십 명에 둘러싸인 그는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 말이 있는가', '필리핀 교도소에서 호화 생활을 했는가', '국내 송환에 대한 심경이 어떤가' 등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다만 안면이 있어 보이는 한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넌 남자도 아녀"라는 한마디를 던지는 모습만 포착되었다. 이는 구금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드러내려는 모습으로 해석되며, 수년간의 도주 생활 동안 형성된 그의 심리 상태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박왕열은 국내에서 다단계 금융 사기를 벌이다 2014년 필리핀으로 도주한 이후 현지에서 극악의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필리핀 네그로스오크시덴탈주의 사탕수수밭에서 한국 교민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사건은 국내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된 후에도 조직적으로 국내로 마약을 유통시키며 '옥중 마약왕'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2018년에는 필리핀 교도소에서 탈옥하기까지 했으며, 이후에도 국제 수사망을 피해 도주 생활을 계속했다. 그의 교도소 내 호화 생활과 범죄 행위는 국내 사법 시스템을 조롱하는 것으로 여겨져 국민들의 분노를 사왔다.

박왕열의 국내 송환은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의 결과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필리핀 당국과의 협상을 통해 송환을 추진해왔으며, 최근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초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에서 박왕열의 인도를 직접 요청한 것은 이 사건이 양국 간의 중요한 외교 현안임을 보여준다. 박씨는 현재 경기북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로 이송되어 국내에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을 비롯해 국내 마약 유통, 사기 혐의 등 다양한 범죄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