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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74명 사망 대전 화재, 위험성평가서 '우수' 판정 받았다

대전 안전공업 화재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나, 사고 직전 실시된 산업보건위험성평가에서는 해당 업체가 주요 항목에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분진과 유증기 같은 화재 원인 요소와 불법 증축 휴게실이 평가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위험성평가 제도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안전공업 대형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 실시된 산업보건위험성평가에서 해당 업체가 주요 항목에서 모두 '평균 이상' 점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전 진단 체계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4일 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한 평가에서 안전공업은 작업환경관리, 보건관리체계, 건강관리 등 핵심 항목에서 동종 업종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점수를 기록했으나,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분진과 유증기 노출에 대해서는 단순히 '보호구 착용' 권고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인명 피해를 키운 불법 증축 2층 휴게실이 건강관리 분야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돼 위험성평가 제도 자체의 근본적 결함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안전공업의 작업환경관리 점수는 64.1점으로 동종 업종 평균 52.05점을 훨씬 웃돌았다. 보건관리체계는 평균 69.15점에 비해 94점을 기록했으며, 가장 충격적인 것은 건강관리 항목에서 100점 만점을 받아 평균 59.04점의 두 배에 가까운 성적을 거둔 것이다. 이는 위험성평가 당시 안전공업이 산업보건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기업으로 평가받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점수와 실제 발생한 대형 참사 사이의 괴리는 평가 체계가 현장의 실제 위험 요인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분진은 가공·연마 작업 과정에서 상시 노출되는 물질이었으나, 위험성평가에서 제시된 개선 대책은 화학물질 취급자에 대한 '적정 보호구 착용 지속 관리' 권고 수준에 머물렀다. 마찬가지로 유증기 역시 개선 필요성이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수준의 권고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위험성평가가 유해·위험 요인을 단순히 인식하는 데 그칠 뿐, 실질적인 개선과 통제 방안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분진과 유증기는 가연성 물질로 화재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소인데도, 평가 단계에서 이러한 위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명 피해를 직접 초래한 불법 증축 2층 휴게실이 건강관리 분야에서 '핵심 인프라'로 평가되었다는 것이다. 휴게실 보유 여부가 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면서 불법 증축이라는 구조적 결함이 평가 과정에서 완전히 걸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위험성평가가 형식적인 인프라 체크리스트에 의존하면서 실제 안전성을 검증하는 실질적 평가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건물 구조, 소방 안전, 피난 경로 등 기본적인 안전 기준을 확인하지 않은 채 단순히 휴게실의 존재 여부만 확인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제도의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는 사례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안전공업에 대한 산업안전 감독은 2023년 단 한 차례에 그쳤다. 당시 점검에서는 추락방지조치 미실시, 바닥 청결 불량, 기계 방호조치 미비, 하역운반기계 통로 인접 출입구 경보장치 미설치 등 총 5건의 시정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 2024년과 2025년에는 별도의 점검이 실시되지 않았으며, 2023년 적발된 안전 결함들이 제대로 개선되었는지에 대한 사후 관리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산업안전 감독의 사각지대가 존재했음을 의미하며, 위험성평가와 정부 감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산업보건위험성평가는 직원의 산업보건을 중점적으로 살피면서 동시에 작업 현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통제해 재해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분진, 유증기, 불법 증축 휴게실 등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요소들이 평가 과정에서 적절하게 점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학영 의원은 "위험 요인이 확인될 경우 추가 점검과 감독으로 즉각 연계되는 대응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위험성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한 후속 조치 체계 강화, 평가 기준의 실질화, 그리고 정부 감독과의 유기적 연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