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LNG 불가항력 선언, 한국 에너지료 폭등 우려 고조
카타르가 중동 전쟁 여파로 한국을 포함한 4개국에 LNG 불가항력을 선언하면서 국내 에너지료 폭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타르산 LNG 비중이 14.9%이고 국내 비축량이 9일치에 불과해 가격 방어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3~5년 대체물량 확보와 러시아산 원유 도입 등으로 위기 대응에 나섰다.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의 20%를 담당하는 카타르가 중동 전쟁 여파로 한국을 포함한 4개국에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면서 국내 에너지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 에너지'는 한국과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와 맺은 LNG 장기 공급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통보했다. 이란의 공습으로 인한 LNG 생산 시설 피해가 향후 수년간 생산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가항력은 통제 불가능한 사태로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할 수 없을 때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조치로, 이는 카타르가 생산 재개를 보장할 수 없다는 신호다.
국내 에너지 수급에 미칠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 LNG 중 카타르산 비중은 14.9%로, 국내 LNG 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국내에 비축된 LNG 수량이 9일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원유의 경우 가격 상승 시 비축유를 풀어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지만, LNG는 보관이 까다롭고 양이 적어 가격 방어가 매우 어렵다. 카타르가 생산을 중단하면 수입 다변화에 성공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LNG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산업과 가정의 에너지료 폭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이어지면 LNG 가격이 최대 200% 상승하고 한국의 모든 산업 생산비가 평균 9.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 발전의 30%를 LNG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가스 가격 상승이 전기료 폭등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특히 3개월 뒤면 냉방 수요로 전기 사용이 폭발하는 여름철이 도래한다. 여름철 냉방비 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산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냉방이 본격 시작되는 여름철 전까지 사태가 마무리되는 게 최선"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정부는 즉각적인 위기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유가와 공급망 불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에너지 전략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카타르 물량이 '제로(0)'가 되는 상황을 가정한 비상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카타르로부터 LNG가 안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상정해 3~5년은 시장 거래와 대체 물량으로 대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원유 수급 대응으로는 아랍에미리트와의 국제공동비축 사업을 통해 확보한 원유 2400만배럴 중 200만배럴을 여수 비축기지에 입고하기 시작했다.
나프타 수급 불안에 이어 LNG까지 위기를 맞으면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금융 결제 미지원과 미국의 제재 우려로 도입하지 못했던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 도입을 본격화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산 원유는 달러가 아닌 위안화, 루블화, 디르함화 등 다른 통화로 결제하는 것이 가능하며, 2차 제재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특정 지역에 집중된 에너지 의존도를 완화하고 전략 자원의 비축과 조달 체계를 점검하며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국제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단기간 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