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논란...국제해양법 위반 우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으로부터 척당 최대 200만 달러의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제해양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에너지 수입국들이 절박한 상황에서 이 높은 비용을 감수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이란-미국 평화협상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로부터 척당 최대 200만 달러(약 2억 7000만 원)의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란의 한 의원은 국영 텔레비전에 출연해 이러한 수수료가 "새로운 주권 체제"의 일환이며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세계 해운 업계의 권위 있는 매체인 로이드 리스트는 적어도 한 척의 유조선이 이미 이러한 지불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으며, 블룸버그 통신도 여러 선박이 통행료를 지불했다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했다. 다만 이러한 지불이 체계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란의 해협 봉쇄로 현재 3200척 이상의 선박이 좌초 상태에 있으며, 국제 해운 시장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란의 이러한 움직임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통행료를 징수하는 "톨부스"로 변모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로버트 휴버트는 이러한 행위가 국제해양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해양법의 기초는 자유로운 해상 항행이며, 이러한 지역을 어떤 형태의 방해 없이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하면서 "만약 이런 식으로 통행료를 징수한다면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직접적인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제재가 이란의 통행료 징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란은 국제 제재 대상국으로 서방 금융 채널을 통한 달러 거래가 어려운 상황이다. 로이드 리스트는 거래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불명확하다고 보도했다. 한편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말레이시아, 중국 등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이 이란 관계자들과 직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는 자국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받기 위해 이란과의 직접 협상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높은 통행료를 지불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
해운 분석 업체인 젠에타의 수석 분석가 피터 샌드는 통행료 자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200만 달러의 통행료가 아무리 높아 보이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이 여전히 위험하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제 해운 보험료가 전쟁 위험 보험료로 수백 퍼센트 인상된 상황에서, 통행료는 추가적인 비용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이러한 높은 비용을 감수하려는 것은 에너지 공급 부족에 대한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샌드는 "일부 국가들은 이를 지불하려고 할 수 있다. 이는 에너지 공급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작은 최종 보험료"라고 설명했다.
이란의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 진행 중인 이란-미국 전쟁 종료를 위한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제시한 15개 항목의 종료 계획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은 평화 협상의 일환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공식화하려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임시 조치를 넘어 장기적 정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이란의 여러 관계자들은 이러한 보도를 부인하고 있으나, 로이드 리스트와 블룸버그 같은 국제 신뢰도 높은 매체들의 보도로 인해 논쟁의 여지가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 사안이 해상 자유 항행의 원칙을 훼손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향후 협상 과정에서 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