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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필리핀 교민 살해범 박왕열 한국 송환…비행기서 수갑 풀어달라 요청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 마약을 유통해온 '마약왕' 박왕열이 2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송환됐다. 비행기 탑승 과정에서 수갑이 불편하다며 풀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서 마약 유통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게 된다.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하고 마약을 유통하는 등 '마약왕'으로 불려온 박왕열(48)씨가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됐다. 법무부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박씨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탑승 과정에서 수갑이 불편하다며 풀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제 범죄인 송환 절차에서 피의자가 보인 예상 밖의 행동으로 주목된다.

박씨는 24일 필리핀 클라크필드 공항에서 필리핀 경찰과 한국 법무부 국제형사과 황익진 검사 등 호송팀에 둘러싸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모자를 쓰고 팔뚝의 문신이 드러나는 평상복 차림에 수염이 덥수룩한 수척한 얼굴이었으며, 수갑이 채워진 손은 회색 수건으로 가렸다. 양국 당국자가 임시인도를 위한 서류에 서명한 후 필리핀 측은 비행기 탑승 직전 박씨의 수갑을 풀어줬으나, 한국 호송팀은 아시아나 OZ708편에 탑승한 직후인 25일 오전 1시 30분(필리핀 현지시각)에 다시 수갑을 채웠다.

호송팀이 박씨에게 "지금 대한민국 국적기에 탑승했기 때문에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며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고지하고 미란다 원칙을 설명한 후, "불편하시면 말씀하시라"고 한 말에 박씨는 "근데 갈 때 이거(수갑) 풀고 가면 안 돼요?"라고 묻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국제 범죄인 송환 관례상 비행기 내에서 피의자는 수갑에 결박되어야 하며, 이번 경우 호송관 2명이 양옆에서 박씨를 밀착 감시하며 송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기 내에는 일반 승객들도 탑승한 상태였다.

박씨는 25일 오전 7시 16분께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도착했을 때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내 소환에 대한 심경, 필리핀 교도소에서의 생활 내용, 텔레그램을 통한 조직원 지시 여부, 국내로의 마약 유통 혐의와 국내 공범 여부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모두 답하지 않았다. 또한 범죄수익 암호화폐 세탁 여부와 피해자 유족들에게 할 말 등의 물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씨는 오전 7시 18분께 대기 중이던 호송차량에 탑승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압송됐다.

박씨는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형(단기 52년·장기 60년)을 선고받아 복역해 왔다. 이 사건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으로 불리며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수감 중에도 박씨는 휴대전화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하고 유통·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에 반입된 동남아산 마약 상당량이 박씨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가 단순한 살인범을 넘어 국제 마약 조직의 주요 인물임을 보여준다. 이번 송환으로 국내 수사 당국은 박씨를 상대로 마약 관련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