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교민 살인 '마약왕' 박왕열 10년만 국내 송환…수감중 마약 밀반입 적발
필리핀에서 교민 3명을 살해한 '마약왕' 박왕열이 10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교도소 수감 중에도 텔레그램을 통해 동남아산 마약을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경기북부경찰청이 마약 유통 및 자금세탁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던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됐다. 2015년 필리핀 사탕수수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이후 정확히 10년 만의 귀국이다. 박왕열은 필리핀 당국과의 협의에 따라 임시인도 방식으로 송환된 후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이송돼 국내 마약 밀반입·유통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송환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한 지 약 3주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한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박왕열은 오전 7시 17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을 통해 입국했다. 남색 야구모자를 쓴 채 나타난 그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덥수룩한 수염과 양팔 가득한 문신이 눈에 띄었다. 수갑이 채워진 손목은 파란 수건으로 가려져 있었다. 취재진의 마약 혐의 인정 여부와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입장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으나, 주변 인물과 눈이 마주친 순간 돌연 "너는 남자도 아녀"라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이는 교도소 수감 중에도 거친 행동을 유지해온 그의 실태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박왕열은 2015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2022년 4월 필리핀 법원에서 징역 52년(단기)에서 60년(장기) 사이의 형을 선고받아 복역해왔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교도소 수감 중에도 휴대전화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로 동남아산 마약을 밀반입하고 유통·판매한 혐의다. 국내에 유입된 동남아산 마약 상당량이 박왕열을 통한 유통망을 거친 것으로 당국이 파악하고 있다. 이는 필리핀의 교도소 시설이 수감자의 외부 접촉을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하는 취약한 환경임을 시사한다. 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은 브리핑에서 "일부 시설은 수감자의 외부 접촉이 가능한 취약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이 인수한 박왕열에 대한 수사는 마약 밀반입·유통·판매 혐의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마약 거래에 따른 자금세탁 혐의와 필리핀 도주 전 도박장 운영 혐의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지연 과장은 "박왕열을 즉시 수사기관에 인계하고, 확보한 휴대전화 등을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라며 "범죄조직의 실체와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환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박왕열이 단순한 개인 범죄자가 아닌 광범위한 범죄 네트워크의 중심 인물임을 시사한다.
박왕열은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은 후 절차가 마무리되면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를 복역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박왕열이 송환된 당일 SNS에 "대한국민을 해치는 자는 지구 끝까지 추적해서라도 반드시 잡는다"고 적으며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 이번 송환은 한국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법무부와 외교부, 국가정보원, 대검찰청, 경찰청 등 여러 기관이 필리핀 당국과 협의를 진행한 결과 약 3주 만에 이루어진 빠른 송환은 양국 간의 협력 체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입증한다. 앞으로 박왕열에 대한 국내 수사 과정에서 동남아산 마약의 국내 유입 경로와 유통 네트워크가 상당 부분 적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