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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 시장 선점 경쟁 가열, 대형 로펌 전담 조직 구성·영업 발표회 봇물

재판소원 제도 시행 후 헌재 첫 사전심사에서 전원재판부 회부 건은 영건도 없었으나, 대형 법무법인들은 헌재 경력자 중심의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기업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며 새로운 법률 시장을 선점하려 경쟁 중이다.

확정판결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 재판소원 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한 달여 만에 대형 법무법인들이 이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4일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시행 이후 접수된 재판소원 153건 중 지정재판부 심사 결과 26건이 각하되었으며, 전원재판부 회부 결정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재판소원이 매우 높은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함을 의미하며, 동시에 이 분야의 전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법무법인들은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헌재 경력자들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기업 관계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첫 사전심사 결과는 재판소원 청구의 난이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접수된 153건 중 26건이 각하된 이유를 살펴보면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이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청구 기간을 초과한 5건, 항소나 상고 등 다른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2건, 기타 부적법한 사건이 3건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 김달수씨 유족이 제기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 취소 청구 사건도 보충성 요건 미비로 각하되었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번 판단을 통해 "확정된 재판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인으로서는 헌재법상 각 사유를 갖췄는지에 대한 진지하고 충실한 주장과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으며, 이는 향후 재판소원 청구가 매우 엄격한 심사 기준에 따를 것임을 시사한다.

대형 법무법인들은 이러한 시장 기회를 포착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은 24일 서울 강남구에서 '전면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의 내용 및 절차에 대한 실무적 안내'라는 주제로 발표회를 개최했으며, 헌법연구관 등으로 헌재에 파견 근무한 경험이 있는 소속 변호사들이 발제를 맡았다. 박성호 변호사는 발표에서 "사전심사를 통과해야만 본안 판단을 통해 재판취소가 가능하다"며 "적법요건에 따라 헌법소송 전문가인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 이후 기업 관계자들은 재판소원 본안 회부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이어갔으며, 이는 잠재적 의뢰인들의 관심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법조계의 여러 법무법인들이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법무법인 로고스는 25일 관련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헌재 사무처장을 지낸 김헌정 변호사와 헌법연구관을 역임한 이승훈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재판소원센터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이들은 법조계와 기업 관계자들의 이해를 돕고 재판소원 시행에 대한 실무적 대응 전략을 모색한다는 명목 하에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대형 로펌들이 앞다투어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은 재판소원이 새로운 법률 서비스 시장으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헌재 경력자들의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으며, 이들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의뢰인 유치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조계 내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서울지하철 2·3호선) 교대역에 늘어서 있는 변호사 광고 전광판이 바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며 "헌법연구관 근무 이력이 있는 변호사들이 전관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헌재 경력자들이 민간 법무법인으로 이직하면서 자신의 공직 경험을 영업에 활용하는 현상을 비판하는 것이다.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 취지는 확정판결의 불공정이나 헌법 위반을 구제하는 데 있지만, 현실에서는 법률 서비스 시장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앞으로 재판소원이 어떤 방향으로 정착할지, 그리고 법무법인들의 영업 활동이 제도의 본래 취지에 부합할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