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첫 심사 26건 모두 각하…'1호 본안 사건' 불발
헌법재판소가 12일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의 첫 사전심사에서 접수된 26건을 모두 각하 처리했다. 청구사유 미해당(17건)이 가장 많은 이유였으며, 이는 제도의 목적에 대한 국민 이해도 부족을 드러낸다.

지난 12일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 지 10여 일 만에 헌법재판소의 첫 사전심사 결과가 나왔다. 헌재는 24일 지정재판부 평의를 통해 접수된 26건을 심사한 결과, 본안심판에 회부된 사건이 단 하나도 없었으며 26건 모두를 각하 처리했다. 제도 시행 초기부터 뚜렷한 수요를 보였던 만큼 이번 결과는 재판소원 제도의 실제 작동 방식과 국민들의 청구 현황 간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 판결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다투는 절차로, 이번 달 12일부터 공식 시행되기 시작했다. 제도 시행 초기부터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헌재에 따르면 24일 첫 사전심사 대상이 된 26건 외에도 전날까지 총 153건의 사건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새로운 기본권 구제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수요가 상당함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적법한 청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모두 각하 처리된 점은 제도 운영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헌법재판소법 제72조에서 규정한 각하 사유는 모두 5가지다. 첫째, 다른 법률에 따른 구체적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고 헌법소원을 청구한 경우, 둘째, 청구기간(판결 확정 후 30일)이 지난 경우, 셋째,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경우, 넷째,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게 명백한 경우, 다섯째, 기타 사항 등이다. 이번 26건의 각하 결정을 분석하면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청구한 사건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네 번째 요건인 '청구사유 미해당'을 이유로 각하 결정된 건수가 17건으로 전체의 65%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재판소원 제도의 목적과 적용 범위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가 아직 충분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청구사유 미해당으로 각하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제도의 취지와 실제 청구 내용 간의 괴리가 명확하다. 예를 들어 대법원이 절차적 보장이 결여된 상태에서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판단의 기초로 삼았다며 재판소원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헌재는 이에 대해 '청구인의 주장은 개별적·구체적 사건에서 법원의 사실인정 또는 증거의 평가 등을 다투는 것이거나 재판결과에 대한 단순 불복에 불과하다'고 판시하며 각하했다. 이는 재판소원이 단순한 판결 불복 제도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의 위반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만을 심사하는 제도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법원의 사실인정이나 증거 평가는 재판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외에도 청구기간 경과(5건), 기타(3건), 보충성 요건 미충족으로 인한 다른 구제절차 미이행(2건) 등의 이유로 각하된 사건들이 있었다. 지난 1월 8일 심판대상 재판이 확정되어 30일 기간을 초과한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또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하급심 판결을 대상으로 재판소원을 청구하거나,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판소원을 제기한 청구인들도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재판소원이 법원의 확정 판결을 대상으로만 청구 가능하다는 기본 요건과 30일의 청구기간 제한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다.
이번 첫 사전심사 결과는 새로운 제도의 안착 과정에서 국민 홍보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제도 시행 초기부터 월 153건에 달하는 청구가 접수되는 것은 기본권 구제에 대한 국민의 높은 수요를 의미한다. 그러나 26건 모두가 각하되었다는 점은 제도의 목적, 청구 요건, 청구기간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안내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앞으로 헌재와 관련 기관들은 재판소원 제도에 대한 상세한 설명 자료를 배포하고, 법률 전문가들의 상담 기회를 확대하는 등 국민들의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진정한 기본권 침해 사건들이 제때 헌재에 전달되고 적절한 심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