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수명 초과 노후 풍력발전기 5년 내 128기 추가 증가, 안전관리 공백 심각
향후 5년 내 설계수명을 초과할 노후 풍력발전기가 128기 추가로 증가하며, 현재 가동 중인 80기와 합쳐 총 208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덕풍력발전단지 화재 사고로 드러난 안전관리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정기검사 주기 단축과 소화설비 설치 의무화 등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 영덕풍력발전단지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노후 풍력발전 설비의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설계수명인 20년을 초과하게 될 풍력발전단지가 총 22곳에 달하며, 이에 해당하는 발전기는 128기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이미 20년 이상 가동 중인 발전기 80기와 합치면 5년 뒤 노후 풍력발전기는 총 208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풍력발전 설비의 상당한 부분이 안전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설비용량 기준으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시점에서 이미 20년 이상 가동된 발전기의 설비용량은 약 126메가와트(㎿)이며, 앞으로 5년 내 설계수명을 초과하게 될 발전기의 설비용량은 약 228㎿에 달한다. 이를 합산하면 약 354㎿ 규모의 노후 발전기가 누적되는 것인데, 이는 2024년 기준 국내 풍력발전 누적 설비용량 2271㎿의 15.6%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제주의 한국남부발전 한경풍력 5기와 전북 군산의 전북도청 새만금풍력 4기는 내년부터 가동 기간이 20년에 도달하며, 2028년에는 최소 24기, 2029년에는 최소 52기가 새로 20년 가동 기간을 채우게 된다.
이번 사고의 중심이 된 영덕풍력발전단지는 2004년과 2005년에 준공된 24기의 발전기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달 2일 21호기의 블레이드(날개) 파손으로 인한 타워 구조물 붕괴 사고가 발생했고, 정부와 관계기관이 합동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사고 49일만인 23일 19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블레이드 연마 작업 중이던 외주업체 직원 3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했다. 2023년 9월 전기안전공사의 정기검사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2년 3개월 후 연이은 사고가 발생한 것은 현행 안전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현행 규제 체계가 노후 풍력발전 설비의 안전을 보장하기에 불충분하다고 지적한다. 풍력발전기는 전기안전관리법에 근거하여 3년 주기의 정기검사 의무만 있을 뿐, 설계수명을 초과한 노후 설비에 대한 별도의 관리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제주대 풍력공학부의 김범석 교수는 "3년 주기 정기검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노후 기기는 사고 발생 위험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10년 이상이나 15년 이상 설비에 대해서는 매년 점검을 받도록 하는 등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추가적으로 풍력발전 설비가 소방시설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건축물과 달리 소화설비 설치 의무가 없다는 점도 안전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박홍배 의원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라는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노후 설비가 급증하는 만큼 이제 안전 관리 측면에서 질적 성장에도 집중해야 한다"며 "정기검사 주기 단축, 소화설비 설치 의무화 등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찰은 영덕풍력발전단지 사고와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와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영덕군은 잇단 사고가 난 영덕풍력발전단지의 철거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기존 설비의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