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화재참사 건물, 11년간 불법증축 방치… 규제 사각지대 드러나
대전 안전공업 화재참사 현장에서 11년간의 불법 증축이 적발되지 않은 채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 중심의 인허가와 현장 점검 부재로 인한 규제 사각지대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사후 점검 제도 도입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참사의 원인이 된 건물에서 11년에 걸친 불법 증축이 적발되지 않은 채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화재는 2015년 7월 이후 무단으로 증축된 2.5층 헬스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 해당 공간이 인허가 없이 불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화재 이후에야 대덕구가 이 공간의 존재를 파악했을 정도로 관리 감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안전공업은 2010년 동관을 신축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증축을 진행했다. 2011년과 2014년의 증축은 모두 인허가를 거쳤고 관련 도면도 구청 전산 시스템에 등록됐다. 하지만 2015년 7월 이후부터는 인허가 절차 없이 동관 2층과 3층 사이에 복층 구조의 헬스장을 만들었다. 당시 직원들은 이 공간이 원래 있던 시설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불법 증축이 오랫동안 적발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공장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입사 전부터 헬스장이 있어 원래 있는 공간인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안전공업이 이웃한 본관 건물도 불법으로 증축했다는 사실이다. 본관은 1996년 준공된 이후 2003년에 2층과 3층 사이에 불법 증축을 했는데, 이것이 22년 동안 적발되지 않다가 지난해 8월에야 적발됐다. 적발 계기도 구청 등 관할 기관의 주도적인 점검이 아니라 누군가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했기 때문이었다. 신고 이후 대덕구는 본관 현장을 점검했지만, 인접한 동관 건물은 확인하지 않았다. 안전공업도 동관의 불법 증축 사실을 숨긴 채 대응하지 않았다. 손주환 대표는 불법 증축과 관련한 질문에 "모르겠다"고만 답변했다.
불법 증축으로 만들어진 2.5층 헬스장은 대피 시설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공간에는 작은 창문만 있고 대피로가 없었으며, 결국 이 공간에서만 9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대덕구는 "화재 이후에야 해당 공간을 파악했다"고 밝혔으며, 2015년 무단 증축 이후 현장 점검은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시설물안전관리특별법에 따라 건축물은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지만, 현행 제도는 서류 제출만으로도 가능하고 현장 방문을 생략할 수 있다. 대덕구 관계자도 "그동안 인허가는 서류로 진행해 왔다"고 인정했다.
불법 증축으로 인한 대형 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8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2022년 서울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참사들이 모두 불법 증개축을 원인으로 발생했다. 2024년 경기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 화재도 불법 증축으로 대피가 어려워 23명이 숨졌으며, 이번 대전 참사와 거의 동일한 구조적 문제를 보였다. 이러한 반복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건축물 사후 점검 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준공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위반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담은 건축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고 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 학장은 "건축물 안전점검은 기본적으로 건물이 무너질 위험은 없는지, 지진에 취약하지는 않은지 등을 검사하는 것인데, 당연히 도면과 실제 건물을 대조하도록 해야 한다"며 "관련 입법을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전 화재참사는 서류 중심의 인허가 체계와 부실한 사후 관리 감시 체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