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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점심 휴식시간 화재로 14명 사망, 휴게실 안전 대책 시급

대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서 점심시간 화재로 14명이 사망했다. 휴게실과 불법 증축된 복층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던 직원들이 대피하지 못한 채 참변을 당했으며, 대다수 희생자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들이었다.

대전 대덕구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안전공업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20일 오후 1시 17분경 공장 1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발생하면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던 직원들이 대다수 대피하지 못한 채 참변을 당했다. 이 사고는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와 근로자 휴식 공간의 구조적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며, 유족들의 깊은 슬픔과 함께 사회적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사고 당시 공장의 일과는 점심시간 휴식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공장의 점심시간은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로 정해져 있었다. 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공장 내 휴게실과 2층과 3층 사이의 불법 증축 복층 공간에 있는 헬스장으로 흩어져 짧은 낮잠을 청했다. 자리가 부족한 직원들은 주차된 차량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한 직원은 "일찍 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주로 낮잠을 잔다"며 "공장 안의 휴식 공간을 낮잠 자는 곳으로 쓴다"고 전했다. 이 시간대에 수십 명의 직원들이 휴게 공간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는 예측 불가능한 순간에 발생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소방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불길이 빠르게 번져 2층과 복층 공간의 휴게시설에서 휴식을 취하던 직원들 대다수가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사망자 14명 중 10명이 헬스장 등 휴게공간에서 발견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나머지 사망자들은 대피로를 찾다가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2층 물탱크실에서 발견된 사망자 3명은 사무공간에서 대피하려다 탈출로를 찾지 못하자 급한대로 물탱크실로 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캄캄한 연기로 인해 대피로를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명은 남자 화장실에서 발견되었다. 불법 증축된 복층 공간의 구조적 문제가 신속한 대피를 어렵게 한 것으로 보인다.

유족들의 슬픔은 깊고 절절했다. 한 여성은 화재 발생 20분 전 남편과 통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점심시간이라면서 잠깐 눈 붙인다고 했다. 그 통화가 마지막일 줄은 몰랐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40대 아들을 잃은 부친 최 씨(66)는 "공장에서 컴컴한 연기가 올라올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면서 "불이 났다는 뉴스를 보고 계속 전화를 걸었는데 마지막 말도 못 들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 40대 희생자의 매제는 고인에 대해 "맞벌이로 바쁜 여동생 부부를 위해 조카 셋을 돌봐주고 경제적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던 분"이라며 "아내가 옷을 살 때면 늘 두 벌씩 사서 하나는 오빠 몫으로 챙겨둘 정도로 가까웠다"고 회상했다. 조카를 떠나보낸 삼촌은 "조카가 혼자서 생계를 도맡았는데, 남겨진 어린 자녀들을 생각하니 눈앞이 컴컴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번 참사의 또 다른 비극은 희생자 대다수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40, 50대 가장들이었다는 점이다. 22일 대전시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유족들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들을 떠나보낸 한 어머니는 "내 새끼 왜 여기 있어, 엄마도 데리고 가"라고 절규하며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어루만졌다.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이사는 합동분향소를 찾아 위패 앞에 손을 모은 채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 개선과 불법 증축 시설에 대한 엄격한 단속, 그리고 근로자 안전을 위한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