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증축·샌드위치 패널, 대전 공장 화재서 14명 목숨 앗아
대전 자동차 부품 공장 화재로 14명이 숨졌다. 불법 증축으로 인한 부실한 대피 경로, 위험한 건축 자재 사용, 가연성 물질 관리 부실 등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로 분석된다.
20일 대전 대덕구의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불법 증축, 부실한 안전 관리, 위험한 건축 자재 사용 등 여러 구조적 문제가 겹친 복합적인 인재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반복되는 불법 증축으로 인한 대피 경로 부재와 환기 불량이 피해를 극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망자 14명 가운데 9명이 한꺼번에 발견된 휴게시설이 이번 참사의 핵심이다. 공식 설계 도면과 건축대장에는 존재하지 않는 2층의 비공식 복층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공장 설비 반입을 위해 높게 설계된 층고를 이용해 원래 한 개 층이었던 공간을 임의로 두 개로 나눈 것이다. 이렇게 억지로 만들어진 공간은 창문이 건물 정면이 아닌 옆면을 향하고 있었으며, 다른 층에 비해 창문의 크기도 작았다. 결과적으로 유독가스가 빠져나가기 어렵고 긴급 상황에서 대피가 쉽지 않은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구조적 결함이 화재 당시 많은 근로자들이 대피하지 못한 채 참변을 당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1996년 준공된 이 공장은 2010년, 2011년, 2014년에 걸쳐 잇달아 땜질식 증축을 거듭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당국은 이러한 불법 행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이는 건축 안전 관리 체계의 심각한 허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불법 증축은 대형 참사 때마다 피해를 키우는 주범으로 지적되어 왔다. 2022년 이태원 참사에서는 해밀턴호텔 주변의 불법 구조물이 도로 폭을 좁혀 병목현상을 유발했고,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47명 사망), 2024년 화성 아리셀 배터리공장 화재(23명 사망) 등 최근 대형 화재 사고들에서 불법 증축과 구조 변경이 대피를 어렵게 해 피해를 극대화했다.
산업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도 심각한 결함을 노출했다. 불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의 사용이 그 중 하나다. 2020년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38명 사망)와 아리셀 화재에서 샌드위치 패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화재 현장에서도 난연 2급 패널이 사용되었으며 이는 화재 확산을 막는 데 무용지물이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연성 물질 관리의 부실이다. 금속을 깎을 때 사용하는 절삭유와 기계에 쌓인 기름때가 공장 곳곳에 방치되어 있었고, 물과 접촉하면 폭발 위험이 큰 금속 나트륨을 취급하면서도 특수 소화 설비와 안전 대책은 극히 미비했다. 이는 산업현장에서 위험 물질에 대한 인식과 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거듭되는 대형 화재 참사에도 불구하고 불법 증개축, 샌드위치 패널 등의 구조적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건축물 안전 관리 전반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과거의 반복된 약속들처럼 사후약방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산업현장의 안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비극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건축물 불법 증축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 위험 자재의 사용 제한, 산업 현장의 정기적인 안전 점검 강화, 근로자 대피 경로 확보 의무화 등 다층적이고 실질적인 대책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