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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름때·먼지 쌓인 집진설비가 화재 확산 키워… 불법 복층서 74명 참사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에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으로 절삭유로 인한 기름때와 분진이 쌓인 집진설비, 불법 증축된 복층 휴게실, 그리고 불충분한 유지보수가 지목되고 있다. 도면에 없는 공간에 창문이 한쪽뿐이어서 직원들의 탈출을 어렵게 했으며, 분기 1회 청소만 이루어진 화재 취약 설비가 화재 확산을 급속화했다.

대전 대덕구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의 인명피해가 극대화된 배경으로 공장 내부의 열악한 안전 환경이 지목되고 있다. 20일 오후 1시 17분 1층에서 시작된 불은 절삭유로 인한 기름때와 분진이 쌓인 집진설비를 통해 2∼3층으로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9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14분 만에 2단계로 격상했으며, 오후 1시 53분에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헬기까지 투입한 총력 대응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재는 10시간여를 거쳐 오후 11시 48분에야 완전히 진압되었고, 최종적으로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가 집중된 2층 휴게실은 점심시간 직원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소방당국이 오후 10시 50분부터 4인1조 구조대원을 투입해 수색을 시작한 지 13분 만인 오후 11시 3분에 첫 번째 사망자를 발견했고, 수색 시작 1시간여 뒤인 21일 오전 12시 20분쯤에는 2층 휴게실에서 9명의 사망자가 한꺼번에 발견되었다. 중상 25명, 경상 35명 등 총 60명의 부상자도 발생했으며, 이 중 2명은 진압 과정에서 다친 소방관이었다. 점심시간인 오후 1시 30분까지 휴게실에 집중되어 있던 직원들이 갑작스러운 화재로 인해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장 내부에 축적된 기름때와 먼지가 화재의 급속한 확산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득우 대전 대덕소방서장은 브리핑에서 "공장에서 절삭유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주방 후드에 기름때가 끼는 것처럼 천장 등에 기름때가 많이 묻어 있던 상태였으며, 기름때가 많이 낀 배관 등을 따라 순식간에 연소가 확대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재 위험이 높은 '필터형 집진설비'가 사용되고 있었는데, 현장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이 시설의 청소는 분기에 단 한 번만 이루어졌다고 한다. 한 안전공업 직원은 "집진시설이 라인마다 작동하고 있었는데, 집진시설로 불꽃이 튀었고 연기도 빨려 들어가면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며 "처음에는 사무직들도 달려가 자체적으로 초기진화를 하려고 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불이 커지니 뛰쳐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안전공업의 집진설비가 섬유로 된 여과재로 분진을 걸러내는 '백필터'형일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 방식은 미세먼지 제거 효율은 높지만 화재에 매우 취약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견된 2층 휴게실이 도면에 없는 불법 증축 공간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구조 결함이 대피와 구조 활동을 심각하게 방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상에서 3층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와 3층 사이의 자투리공간을 막아 복층처럼 임의로 조성된 이 공간은 원래 2층을 두 층으로 쪼개 사용하면서 창문이 한쪽에만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점심시간에 휴식을 취하던 직원들이 화재 발생 시 탈출구를 찾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와 소방당국은 도면에 없는 이 불법 증축 공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확산의 또 다른 요인으로 건축 자재의 안전성 문제도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불이 나면 빠르게 번지는 특성을 가진 '샌드위치 패널 구조'가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2024년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에서도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이 피해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만큼, 안전당국은 이번 사고에서도 해당 자재의 역할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다만 대덕구 관계자는 "도면상 표기에 따르면 스티로폼 패널이 아닌 난연 2급 판넬이 내외부에 사용됐으며, 스티로폼 패널이었다면 패널이 다 탔어야 하는데 현장에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참사는 공장의 노후한 안전설비, 불충분한 유지보수, 불법 증축, 그리고 허술한 사전 안전점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초래된 것으로 보이며, 향후 유사 산업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 점검과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