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복층 구조가 참사로…대전 공장화재 사망자 11명
대전 안전공업 화재로 11명이 사망한 가운데, 건물주가 허가 없이 2층을 불법으로 분할해 만든 무허가 복층 공간이 정면 창문 부재로 인한 열악한 환기 구조와 함께 피난을 어렵게 해 피해를 극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로 11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 이 비극의 핵심 원인으로 불법 건축 구조가 지목되고 있다. 건물 주인이 허가 없이 층고 5.5미터인 2층을 위아래로 쪼개 만든 무허가 복층 공간이 화재 당시 피난을 어렵게 만들고 매연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 피해를 극대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공간에는 헬스장과 직원 휴게실이 있었으며, 발견된 9명의 사망자 모두 이곳에서 발견됐다.
대전소방본부는 21일 오후 브리핑에서 화재의 구조적 문제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사망자 9명이 발견된 헬스장은 정면에 창문이 전혀 없고 측면에만 창문이 있는 구조로, 환기 기능이 극도로 제한적이었다. 화재 발생 후 발생한 매연이 실내에 갇혀 피난을 시도한 사람들이 유일한 환기 통로인 측면 창문 근처에서 질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은 "창문이 정면에는 없고 측면 한쪽에만 있는 구조는 환기 기능이 매우 떨어져 불이 난 뒤 매연이 밖으로 잘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측면 창문 아래에는 장애물이 있어 밖으로 뛰어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욱 문제는 이 무허가 복층의 존재가 적절한 감시 체계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대덕구청은 화재 발생 전까지 이 불법 건축물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으며, 정기적으로 공장의 소방안전 점검을 담당해온 대덕소방서도 마찬가지였다. 남득우 서장은 "공장에 무허가 복층 공간이 있는 사실은 몰랐다"며 "소방서에서 공장에 시설 안전 점검을 실제 나간 적이 있는지 등은 확인 전"이라고 말했다. 이는 안전공업이 2010년 동관 건물을 증축한 후, 공식적인 허가 없이 2층을 불법으로 분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발하지 못한 행정 감시의 허점을 드러낸다.
안전공업의 건축 변천 과정을 보면 불법 공사의 규모가 상당했다. 공장은 1996년 1만9730제곱미터 규모의 2층 건물로 처음 지어졌고, 2010년 지상 1층 1500제곱미터 규모로 동관을 증축했다. 이듬해 동관에 2249제곱미터 규모의 2층을 추가로 건설했으며, 2014년에는 3층과 옥내·옥상주차장까지 증축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2층의 높은 층고를 이용해 허가 없이 복층을 만들어 직원 휴게실과 헬스장으로 운영해온 것이다. 소방서는 초기에 이 헬스장을 3층에 있다고 잘못 판단하기도 했을 정도로 구조가 복잡했다.
피해자 가족들도 이 불법 건축 구조가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망자 유족인 김모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소방관들 말로는 빠져나갈 통로 쪽 천장이 주저앉아 탈출구가 막혔다고 한다"며 "저쪽은 정면에 창도 없으니 탈출이 어려웠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화재 사고를 넘어 건축 규정 위반이 직접적으로 인명피해를 초래한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현재 대전경찰청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화재 원인과 피해 확대 경위, 건축 허가 과정의 문제점 등을 전면 조사 중이며, 폐회로텔레비전 영상 분석과 대피 과정의 문제점을 면밀하게 수사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