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갈등 심화 속 일본의 '친이란' 외교 딜레마
미국-이란 군사 충돌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은 이란과의 역사적 우호 관계와 미국과의 동맹 관계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맞춰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있다. 1953년 일장환 사건 이후 형성된 친일 감정과 문화 교류가 이란과의 우호 관계의 기초가 되었다.

미국과 이스라엘군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하고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살해한 가운데, 19일 예정된 일미 정상회담에서 이란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 간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는 등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이란이 일본의 전통적 우호국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외교 관계를 넘어 역사적 우정과 문화적 유대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으로, 현재의 국제 정세 속에서 일본의 외교적 입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과 이란의 외교 관계는 1929년에 시작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일시적 단절을 제외하고는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1953년의 일장환 사건은 이란이 일본을 '친일국'으로 보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출광흥산이 보유한 유조선 일장환을 이란으로 보내 석유 제품을 실어 일본으로 귀국시킨 이 사건은 석유산업 국유화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이란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당시 이란 국민들은 이를 열렬히 환영했으며, 출광흥산의 창업자 출광좌삼은 백전상기 저자 백전나오키의 소설 '해적이라 불린 남자'의 모델이 되었다. 이후 일본은 1974년 이란과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했고, 1978년에는 후쿠다 다카오 당시 총리가 이란을 방문하기도 했다.
1979년 이란 혁명과 그 이후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악화되면서, 일본은 동맹국인 미국에 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일본은 이란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아베 신타로 당시 외무상(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부친)이 '창조적 외교'를 표방하며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 중재를 시도했고, NHK 연속 텔레비전 소설 '오신'이 이란에서 대히트하면서 친일 감정이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계산을 넘어 문화 교류를 통한 실질적인 우호 관계 구축이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12년 총리직에 복귀한 이후 여러 차례 이란 방문을 검토했다. 2016년 8월 케냐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 참석에 맞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고, 같은 해 5월에는 아베의 부인 아베 아키에가 사회공헌지원재단 회장 자격으로 테헤란 심포지엄에 참석하여 '남편도 늘 이란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18년 4월부터 5월까지의 중동 순방 때도 이란 방문이 거론되었으나, 당시 이란에 강경한 입장을 취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제1차 임기)에 배려하는 형태로 연기되었다. 이는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와 이란과의 우호 관계 사이에서 얼마나 신중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려 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2019년 국교 수립 90주년을 맞이하여 아베 전 총리는 오랫동안 염원하던 이란 방문을 실현했다. 이 방문에서 그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회담을 가졌으며, 회담 후 기자단에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로부터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사용하지도 않겠다는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하메네이는 공식 트위터(현 X)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이는 미국과 이란을 중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 현재 미국-이란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이란에 대한 전통적 우호 관계와 미국과의 동맹 관계 사이의 긴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일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