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호위 요청, 일본의 평화헌법 한계 시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호위 요청이 평화헌법으로 무장한 일본의 군사 활동 범위를 시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찰 작전이나 제한적 무력 행사 등 좁은 법적 옵션 속에서 미국과의 동맹 의무와 평화주의 원칙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위를 위해 군함 파견을 요청하면서 평화주의 국가 일본이 직면한 딜레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미국이 작성한 헌법으로 국제분쟁을 무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포기한 일본의 고토쿠 타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동맹국 요청과 국내 평화헌법이라는 두 가지 압박 사이에서 좁은 선택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외교적 결정을 넘어 전후 일본이 유지해온 평화주의 원칙을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일본이 현재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옵션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첫째는 경찰 활동 차원의 해외 파병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채택된 평화헌법의 제약 속에서도 일본은 해외에서 법집행 작전을 명목으로 해상자위대 함정을 배치할 수 있다. 가장 명확한 사례는 2009년부터 소말리아 인근과 아덴만에서 전개된 해적 대응 작전이다. 당시 일본은 입법을 개정해 일본 국적이 아닌 모든 국가의 선박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코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최근 국회에서 "필요하다면 유사한 경찰 활동이 검토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 틀은 본질적으로 경찰 작전을 위한 것으로, 일본군이 이란 같은 국가와 교전할 가능성이 있는 작전에 적용하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이 핵심 장애물이다.
더 높은 법적 기준을 적용할 수도 있다. 일본은 전후 평화주의에서 큰 후퇴를 의미하는 2015년 안보법을 통과시켜 제한된 상황에서 해외 무력 행사를 허용했다. 이는 일본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격이 발생했거나 일본의 긴밀한 안보 파트너가 공격받았을 때, 그리고 다른 수단이 없을 때만 가능하다. 이 법은 해적 대응 작전보다 더 광범위한 무력 사용을 허용하지만, 발동 기준이 훨씬 높다. 타카이치 총리가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한 에너지 공급 차질이 일본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려면 상당한 정치적,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법안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으며, 타카이치 총리도 이번 주에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중동 지역 파병 사례들은 일본이 법적 한계 내에서 얼마나 신중하게 행동해왔는지를 보여준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일본은 인력 파견 대신 자금 지원으로 일관했으며, 이는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수표책 외교'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쟁이 끝난 후에야 일본은 페르시아만에 기뢰 제거함을 파견했는데, 이것이 해자대의 첫 해외 파병이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일본은 해자대 함정을 인도양에 파견해 아프가니스탄 작전을 지원하는 미군에 연료와 보급품을 제공했으나, 이 임무는 8년간 지속되었음에도 전투나 호위 작전은 포함하지 않았다. 2004년에는 약 600명의 지상 자위대원을 이라크에 파견해 재건 사업에 참여하게 했으며, 항공기를 동원해 물자와 인원 수송을 지원했다. 그러나 파견된 군인들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무력을 사용하도록 제한되었고, 네덜란드와 호주군의 보호를 받으며 2년간 활동했다.
2019년에는 미국이 이란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유조선 공격 이후 일본이 소말리아 인근 해적 대응 작전에서 파견 중이던 구축함과 초계기를 호르무즈만으로 돌려 정보 수집 활동을 전개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평화헌법의 제약을 어떻게 해석하고 운영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시드니대학교 미국연구센터의 마이클 그린 교수는 "1991년 걸프전에서의 부실한 대응이 여전히 국가 의식 속에 상처로 남아 있다"며 "따라서 타카이치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국기를 표시할 방법을 찾기 위해 열심히 모색 중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완전히 응할 수 없으면서도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복잡한 심정을 반영한다.
결국 타카이치 총리가 내릴 결정은 일본의 평화주의 전통과 현실의 지정학적 압박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일본의 석유 수입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로이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일본의 이해관계가 직결되어 있다. 그러나 이를 명분으로 군사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헌법 해석의 경계를 넘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으로 일본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전후 일본이 유지해온 평화헌법의 해석과 운영에 새로운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압박과 국내 평화주의 전통 사이에서 일본이 찾을 수 있는 타협점이 무엇일지가 국제 정치의 주목할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