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AMD, AI칩 협력 본격화…HBM4 공급 계약 체결
삼성전자가 AMD와 AI 칩 분야 협력을 강화하며 HBM4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2월 HBM4 양산 후 처음 체결하는 공식 공급 계약으로, 파운드리와 패키징 서비스로의 협력 확대도 포함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 업체 AMD와 인공지능(AI) 칩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8일 서울 승지원에서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AI 가속기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회동은 삼성전자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메르세데스-벤츠 칼레니우스 회장 등 글로벌 주요 인사들을 접견해온 승지원에서 열려 양사의 협력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삼성전자와 AMD가 이날 서명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MD의 최신 AI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Instinct MI455X'에 탑재될 6세대 HBM4 칩의 선호 공급업체로 지정됐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2월 HBM4 양산을 시작한 이후 처음 체결하는 공식 공급 계약으로, 업계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HBM4는 최첨단 4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조된 베이스 다이를 사용해 데이터 제어 효율을 대폭 개선했으며, 초당 최대 13기가비트(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초당 최대 3.3테라비트(Tbps)의 대역폭을 지원한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의 고성능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삼성전자의 메모리 기술력을 입증하는 결과다.
양사는 HBM4 공급 외에도 차세대 AI 플랫폼 'Helios'를 지원하기 위한 고성능 더블 데이터 레이트 5(DDR5) 메모리 솔루션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준영현 부회장은 경기도 평택의 MOU 서명식에서 "삼성과 AMD는 AI 컴퓨팅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번 계약을 통해 협력 범위를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업계 최고 수준의 HBM4와 차세대 메모리 아키텍처부터 최첨단 파운드리 및 패키징 기술까지 삼성전자의 포괄적인 역량이 AMD의 AI 로드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주목할 점은 양사가 메모리 공급을 넘어 첨단 파운드리와 패키징 서비스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단순한 메모리 공급사가 아닌 AI 컴퓨팅 생태계의 종합 솔루션 제공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을 반영한다. 파운드리 서비스는 반도체 설계사의 칩을 실제로 제조하는 업무로, 삼성전자가 이 분야에서 보유한 기술력을 AMD의 AI 칩 개발에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패키징 기술도 고성능 칩의 신뢰성과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양사의 협력이 AI 칩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AMD의 협력 관계는 이미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2007년부터 협력해온 양사는 그동안 AMD의 그래픽 카드용 그래픽 더블 데이터 레이트(GDDR) 동적 램(DRAM)을 공급해왔다. 이번 HBM4 공급 계약은 이러한 기존 협력 관계를 AI 시대에 맞춰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리사 수 CEO의 한국 방문은 이러한 협력 강화를 위한 공식 일정으로, 평택 삼성전자 생산시설 방문도 포함됐다.
이번 협력은 삼성전자가 직면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과포화 상황 속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다. HBM4는 일반 메모리 칩보다 훨씬 높은 마진율을 제공하며, AI 데이터센터 수요의 급증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AMD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AI 칩 생태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