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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칩 시장의 필수 파트너로 부상한 삼성, 2년 만에 '삼성 쇼크' 극복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AI 칩 기업 경영진들이 앞다투어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년 전 '삼성 쇼크'로 불리며 경쟁력을 잃었던 삼성은 이재용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37조원의 R&D 투자와 인재 확보로 HBM, 파운드리 분야에서 기술 주도권을 회복했으며, 로직부터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 제공 능력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필수 파트너로 부상했다.

글로벌 AI 칩 시장의 필수 파트너로 부상한 삼성, 2년 만에 '삼성 쇼크'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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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 경영진들이 앞다투어 한국을 찾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서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깐부치킨 회동'을 하며 화제를 모았고, 이달 18일에는 AMD의 리사 수 CEO가 방한해 이 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이들이 직접 한국까지 와서 삼성전자 경영진과 만나는 것은 AI 칩 수급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에서 삼성이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닌 필수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서는 대만의 TSMC에 밀려 경쟁력 상실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 쇼크'라는 표현까지 나왔던 상황에서 삼성이 어떻게 글로벌 빅테크의 0순위 파트너로 거듭났는지 살펴본다.

이번 리사 수 CEO의 방한은 삼성전자의 회생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2014년 AMD CEO에 취임한 후 처음 방한한 리사 수는 평택 캠퍼스를 방문해 삼성전자 반도체 DS부문장 전영현과 차세대 AI 메모리 및 컴퓨팅 기술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AMD의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4(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되었고, AMD의 차세대 AI 칩 파운드리 협력도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한 부품 납품을 넘어 삼성전자가 AMD의 차세대 프리미엄 제품군 개발에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리사 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담당 노태문 MX사업부장과도 만나 AI PC와 스마트폰 온디바이스 AI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의 필수 파트너로 재평가받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이재용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법리스크를 뒤로하고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직접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고객사와의 관계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기술력 회복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연구개발(R&D)에만 37조원을 쏟아부었으며,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직원 평균 연봉은 1억5800만원으로 2024년의 1억3000만원 대비 2800만원(21.5%) 증가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경영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기술 투자와 인재 확보 전략의 성과는 구체적인 제품 경쟁력으로 나타났다.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경쟁사를 따돌리며 기술 주도권을 확보했다. 올해 초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에 성공했으며, 최근 열린 GTC 2026에서는 7세대 메모리인 HBM4E까지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현재 HBM3E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밀리고 있지만, 차세대인 HBM4E 시장에서는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 사업도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수율 문제로 경쟁력을 잃었던 파운드리 사업부는 차세대 2나노 공정이 안착하면서 고객사를 끌어모으고 있다. 테슬라와 22조원 규모의 AI 칩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고, 애플의 이미지센서용 칩 수주도 성공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언어처리장치(LPU) '그록3'을 삼성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까지 이를 생산하는 주요 파운드리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들의 0순위 파트너로 평가받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원스톱 솔루션' 제공 능력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로직,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회사는 삼성전자뿐이다. AI 반도체는 시간 싸움이라 고객사가 원하는 칩을 빠르게 만들어 내야 한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별도 회사에 맡기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삼성전자 하나와의 협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경쟁 우위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들은 고질적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메모리와 위탁생산을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 절차의 번거로움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통합적 경쟁력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는 시간 싸움이라 주문과 함께 고객사가 원하는 칩을 빠르게 만들어 주는 게 필수"라며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보유해 한 번에 칩을 만들 수 있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젠슨 황 CEO가 최근 GTC 2026에서 "삼성전자에 감사하다"고 발언하고, 리사 수 CEO가 방한해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장면들은 삼성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