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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삼성전자와 메모리·파운드리 협력 확대… 엔비디아 견제 카드 꺼내다

리사 수 AMD CEO가 삼성전자와 AI용 메모리 협력을 확대하고 파운드리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아우르는 턴키 전략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AMD는 TSMC 의존도를 낮추면서 엔비디아에 견제 신호를 보내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AMD, 삼성전자와 메모리·파운드리 협력 확대… 엔비디아 견제 카드 꺼내다
AI를 활용해 생성된 이미지입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의 협력 관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18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과 인공지능(AI)용 메모리 협력을 확대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수 CEO는 삼성전자가 AMD의 AI 가속기에 장착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수 CEO는 같은 날 서울 한남동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이번 협약은 20년 이상 이어져온 삼성전자와 AMD의 '깐부 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신호탄이다. 두 회사의 인연은 2007년 AMD의 그래픽 칩 'HD2000'에 삼성전자가 전용 메모리(GDDR4)를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 HBM 경쟁에서 주춤했을 때도 AMD는 공급망을 끊지 않으며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다. AMD가 당시 출시한 AI 반도체 'MI350'과 'MI355X'에 삼성전자의 5세대(HBM3E) 제품을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삼성전자의 HBM3E 성능이 경쟁사에 뒤처진다는 평가가 나올 때도 AMD는 삼성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혈맹 관계를 입증했다.

업계 분석가들은 수 CEO의 이번 방한을 엔비디아에 대한 견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간판 제품인 HBM4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베라루빈' 공급망을 메모리업계 최초로 뚫었기 때문이다. 올해 엔비디아는 기존과 달리 삼성전자의 HBM 공급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 삼성전자가 D램 재설계 등을 통해 기술력을 회복한 후 고객사를 확장하자, 수 CEO가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면서 동시에 엔비디아의 독주에 견제를 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기술력 회복 이후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으며 고객사를 확장하자 수 CEO가 동맹 관계를 확인하는 동시에 엔비디아에 견제구를 날리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협약의 핵심은 HBM을 넘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는 점이다. AMD는 AI 서버를 제어하는 중앙처리장치(CPU) 헬리오스를 보완하는 서버용 D램도 삼성전자에서 공급받기로 했으며, AMD의 차세대 칩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맡기는 방안도 논의했다. 그동안 AMD는 메모리에서는 삼성전자와 협력해왔지만 파운드리에서는 주로 TSMC 공정 라인을 이용해왔다. 이런 관행을 깨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협업이 본격화한다면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협력은 양사에 시너지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HBM)에서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를 거쳐 최첨단 패키징(여러 칩을 한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공정)까지 반도체 전 생산과정을 아우르는 세계 유일의 '턴키' 전략으로 칩 제조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 AMD 같은 대형 반도체 회사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다른 빅테크도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AMD는 TSMC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을 얻는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70% 내외의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수요가 집중되면서 고객사들의 가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저렴한 턴키 솔루션을 활용하면 AMD가 엔비디아와의 칩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수 CEO는 방한 기간 국내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도 만나 AI 반도체 협력 확대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네이버의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운영에 최적화된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19일에는 토종 AI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를 만나 AMD의 AI 플랫폼을 소개하고 협력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는 AMD가 한국의 AI 생태계 전반에 걸쳐 협력 기반을 다지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