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에 AI 에이전트·디지털 트윈 대규모 도입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AI 에이전트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반도체 설계·제조 전 과정에 대규모 도입하고 있다. HBM4 개발 기간 50% 단축, 성능 13% 개선 등 구체적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2030년까지 국내외 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기술을 반도체 설계와 제조 전 과정에 통합 적용하는 대규모 디지털 혁신에 나섰다.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행사 'GTC 2026'에서 송용호 삼성전자 AI센터장은 반도체 산업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세션을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AI 에이전트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엔지니어링 혁신을 이루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공개했으며, 이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기술 혁신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평가된다.
송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AI 기술 진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사물을 지각하는 딥러닝 AI에서 시작해 생성형 AI로 확장했으며, 이제는 에이전트 AI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기존의 단계별 최적화 방식에서 벗어나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엔드투엔드 관점에서 통합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개별 공정의 효율성 개선을 넘어 전체 시스템의 최적화를 추구함으로써 더욱 근본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능하게 한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는 경쟁사들에게도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설계 영역에서 삼성전자는 이미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EDA(전자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시놉시스와의 협력을 통해 삼성전자의 AI 에이전트가 파트너사의 EDA 툴과 연동되는 사례를 발표했다. 송 센터장은 "설계 부문에 특화 에이전트를 활용하면서 HBM4의 리드 타임을 50% 단축하고 성능은 13% 개선했다"고 밝혔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최신 AI 칩의 핵심 부품으로, 이 설계 시간 단축은 제품 출시 일정을 크게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다. 50%의 개발 기간 단축과 13%의 성능 개선이라는 수치는 AI 에이전트의 실질적 효과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며, 향후 반도체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 현장에서의 AI 활용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제조 분야에 AI 에이전트를 분석 역량으로 적용하면서 복잡한 공정 환경에서도 고품질 관리 체계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솔루션인 '옴니버스'를 활용해 삼성전자의 평택 1공장을 디지털로 구현한 것이다. 이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는 이상 징후가 포착될 경우 현장의 로봇 등이 자동으로 투입되어 신속하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물리적 현장의 문제를 가상 환경에서 먼저 감지하고 대응함으로써 생산 중단 시간을 최소화하고 제품 품질을 극대화하는 혁신적 접근법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단순한 시뮬레이션을 넘어 실제 공장 운영의 예측 및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반도체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되는 미래 모습을 담은 영상도 공개했다.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장면을 시연함으로써 제조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올해 초 발표한 "2030년까지 국내외 생산공장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과 맞닿아 있다. 회사는 AI 에이전트를 적극 활용하면서 제조 전 공정에 휴머노이드형 제조 로봇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번 공개는 그러한 계획이 단순한 미래 구상이 아닌 기술 개발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송 센터장은 "이번 행사는 엔비디아와 삼성전자의 협력이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에이전트 AI와 디지털 트윈을 중심으로 반도체 엔지니어링 혁신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라며 "베라 루빈, 베라 루빈 울트라, 파인만 등 고객사의 차세대 AI 시스템 구현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에 머물지 않고 엔비디아의 다음 세대 AI 칩 개발까지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양사의 협력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AI 기반 제조 혁신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 변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