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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 강도 높아져... 동맹국들 '신중한 입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참여를 요구하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안보 무임승차론과 위협성 발언까지 동원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명확한 거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목표와 출구전략 없는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참여를 요구하는 압박을 날로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일본에 4만5000명, 한국에 4만5000명, 독일에 4만5000~5만 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며 미군이 주둔한 동맹국들을 직점 거명해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 작전 동참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약 40년간 수백억 달러를 들여 보호해 줬는데 거부하는 한두 나라가 있다"며 "우리를 지키지 않는 나라들을 우리가 왜 지켜야 하는지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파병 거부 시 "기억해 두겠다"는 위협성 발언까지 내놓으면서 안보 무임승차론을 앞세운 강경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의 파병 요구는 처음 이란과 가까운 중국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압박으로 시작됐으나, 예정된 중국 방문을 연기하면서 압박 대상을 동맹국으로 좁혀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한국에 전화를 걸어 '호르무즈 해협 안전을 위한 긴밀한 소통'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규모 언급에는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언급한 4만5000명과 달리 현재 주한미군 규모는 약 2만8500명 수준이다. 이는 미국이 구체적인 사실 검증 없이 압박을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각국은 미국의 파병 요구에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미국 방문을 앞두고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계속 검토 중이다"라고만 답변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보다 분명한 거부 의사가 나오고 있다. "이건 유럽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는 이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일방주의에 대한 유럽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맹국들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적 이유가 있다. 지난 70년간 지속된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에서 벗어나 미국의 원망을 사는 것은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요구에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습하면서 어떤 동맹국과도 사전에 상의하지 않았고, 이후 동맹국들의 이해를 구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후에 그 뒷감당을 함께 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위험 부담이 큰 '죽음의 지대(kill box)' 작전에 참여할 것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동맹 외교의 기본 원칙을 벗어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전쟁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초불확실성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뚜렷한 목표와 출구 전략 없이 전쟁을 시작했고, 이는 미국이 그토록 경계하던 '끝없는 전쟁'의 수렁에 이미 한 발을 들여놓은 상황을 만들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는 한국을 포함한 해운 의존 국가들에게 절실한 문제이지만, 자칫 이것이 확전의 불쏘시개로 작용할 위험성도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맹국들은 적어도 미국이 이 전쟁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어느 정도 규모의 참여를 요구하는지, 그리고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을 얼마나 언제까지인지 명시되지 않은 백지 청구서를 무턱대고 받아들일 수 있는 동맹국은 없다는 것이 국제 외교의 상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