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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외교부 장관, 미국 중동 파병 요청 여부 '답변 곤란' 모호한 입장

조현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미국의 중동 파병 요청 여부를 묻는 질문에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며 모호한 답변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가운데, 정부는 신중한 검토 과정을 거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의 중동 파병 요청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의 질의에 조 장관은 "요청이라고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그런 상황"이라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는 한국의 중동 파병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과 정부의 신중한 입장이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 장관은 파병 자체에 대한 미국과의 논의 여부를 묻는 추가 질문에 "지금 현재로서는 답변드리기 참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외교적 민감성이 높은 사안이라는 점을 시사하면서도, 국회에서의 투명한 설명 요구와 정부의 외교적 신중함 사이의 긴장관계를 드러낸다. 조 장관은 "언론에 보도되는 바와 같이 조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현재의 복잡한 외교 상황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 이슈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SNS라든지 이런 것들에 주목하면서 한미 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현안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모호한 입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 요청과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바라건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이곳으로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적었다. 이는 사실상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에 중동 해역 파병을 간접적으로 촉구하는 내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후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이 조 장관과 통화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안전을 위한 여러 국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SNS 메시지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조 장관의 모호한 답변에 대해 "외교적 소통은 1회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되는 과정"이라며 "미국이 관련 구상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발전시켜나가는지 지켜보면서 우리 대응도 검토해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아직 미국의 요청이 구체적인 형태로 정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한편, 정부가 신중한 검토 과정을 거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조 장관은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프랑스를 방문해 G7 외교장관 확대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면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중동 상황을 비롯한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외교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이란과의 외교적 노력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지난 9일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를 직접 면담하고 중동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통상적으로 외교부 국장급이 상대하는 외국 대사를 차관급이 직접 면담한 점으로 미뤄, 중동 상황을 둘러싼 상호 관심사와 요청 사항을 밀도 있게 교환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파병 요청 압박 속에서도 이란과의 외교 채널을 유지하려는 정부의 다층적 외교 전략을 보여준다. 결국 한국 정부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 상황에서 신중한 균형 외교를 추구하면서, 구체적인 파병 결정은 보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