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랩, 위성통신 이리듐 80억달러 인수…스페이스X에 도전
로켓랩이 글로벌 위성통신 회사 이리듐을 8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최종 계약했다. 발사체 제조 능력과 위성 통신 사업을 결합하는 수직계열화를 추진해 스페이스X의 독주에 도전한다는 전략이다.

민간 우주산업의 판도가 재편될 조짐이 보인다. 스페이스X에 이어 세계 2위 발사체 운영 기업인 로켓랩이 글로벌 위성통신 회사 이리듐 커뮤니케이션스를 약 80억달러(12조3900억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우주산업의 수직계열화 추세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발사체 제조 능력에 위성 통신 사업을 결합함으로써 로켓랩은 스페이스X의 독주를 견제하고 새로운 우주기반 서비스 시장을 개척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로켓랩은 2018년 첫 상업 발사에 성공한 이래 글로벌 우주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져왔다.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한 이 회사는 지난해 총 23회의 로켓 발사를 성공시켜 스페이스X의 170회에 이어 민간 기업 중 세계 2위의 발사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로켓랩의 기술력을 인정해 내년 과학 임무에 참여시킬 예정이며, 올해 초에는 한국의 초소형 군집위성 검증기가 로켓랩의 발사체에 탑재되어 지구 궤도에 진입했다. 이렇듯 로켓랩은 발사체 제조와 위성 부품 생산에 집중해온 회사였으나, 이번 이리듐 인수를 통해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하게 되었다.
이리듐은 로켓랩과는 사뭇 다른 사업 모델을 갖춘 회사다. 지구 저궤도에 배치된 75기의 위성을 운영하며 글로벌 통신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음성 통신, 사물인터넷(IoT), 항공 및 해상 긴급 통신 서비스 등을 통해 약 25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리듐의 주파수 자원과 통신 인프라는 로켓랩이 그동안 확보하지 못했던 핵심 자산이다. 로켓랩의 피터 벡 최고경영자(CEO)는 "이리듐의 주파수 자원과 로켓랩의 검증된 발사 및 제조 능력을 결합하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역량을 갖추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전봇대를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전깃줄까지 확보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번 인수의 전략적 의의는 로켓랩이 스페이스X와 유사한 '수직계열화' 모델을 추진한다는 점에 있다. 스페이스X는 자체 개발한 팰컨9 발사체로 인터넷 접속용 글로벌 위성네트워크인 스타링크의 위성들을 우주로 쏘아올리는 완전 통합형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첫 발사 이후 현재 지구 궤도에는 약 1만 기의 스타링크 위성이 배치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사막과 대양 등 지구 어느 곳에서나 안정적인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미국 우주산업 전문가들은 로켓랩의 이리듐 인수를 "스페이스X의 독주에 대한 도전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로켓랩은 이리듐의 위성 네트워크와 자신의 발사 능력을 결합하여 스타링크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우주기반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로켓랩의 야심이 현실화되려면 기술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로켓랩이 운영하는 소형 발사체 '일렉트론'은 지구 저궤도 운송 능력이 겨우 0.3톤에 불과하다. 이는 대규모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켓랩은 중형 발사체 '뉴트론'을 개발 중이며, 올해 4분기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뉴트론의 저궤도 운송 능력은 약 13톤으로, 스페이스X의 팰컨9 운송 능력의 70~8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뉴트론이 성공적으로 운용되기 시작하면 로켓랩은 이리듐의 위성 교체 및 확충, 그리고 새로운 우주기반 서비스 위성들을 효율적으로 궤도에 올릴 수 있게 된다. 로켓랩은 "미개척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우주기반 서비스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으며, 이는 향후 우주통신산업의 경쟁 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