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선임 의혹 수사 2년째 표류…경찰 '추가 조사 필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홍명보 감독 선임 부당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2년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법원은 절차상 문제를 인정했으나 경찰은 형사 책임 입증에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핵심 인물들이 이미 퇴진을 표명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경찰 수사가 2년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해 7월 정 회장 관련 고발 사건을 배당받은 이후 아직까지 송치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고발장에는 정 회장의 업무방해와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이 명시되어 있으며,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이사 등 협회 관계자들도 피고발인 신분으로 수사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법원과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등을 통해 선임 절차의 문제점은 상당 부분 드러났지만, 형사 책임을 따지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와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은 고발 내용만으로는 혐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관련자 조사도 더 이뤄져야 하고, 법리검토도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홍 감독 선임과 관련한 행정소송 1심 판결이 지난 4월 나온 만큼 재판 절차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고발 사건이 총 8건이라고 설명하면서도 홍 감독은 고발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은 축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협회 패소 판결을 내리며 홍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상 문제를 명확히 지적했다. 법원은 2024년 홍 감독 선임 당시 전력강화위원회가 홍 감독을 1순위 후보로 정하는 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전력강화위가 홍 감독을 낙점한 뒤 정해성 전 위원장이 정 회장과 소통하다가 사퇴했고, 이후 협회 수뇌부가 권한이 없는 이 전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권을 넘겼다는 점을 문제로 봤다. 이사회 승인 과정도 문제로 지적되었는데, 법원은 절차상 하자를 안은 보고를 바탕으로 감독 선임이 승인되었고, 이사회 논의 역시 충분한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경찰은 행정재판에서 확인된 절차 하자가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업무방해 혐의가 인정되려면 정 회장이 전력강화위원회나 협회 의사결정 기구의 업무를 속임수나 위력으로 방해하려 했다는 고의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윤리센터도 2024년 조사에서 정 회장에게 고의적 과오가 있었다기보다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직무태만에 가깝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정 회장이 처음부터 홍 감독 선임을 밀어붙였는지도 수사의 쟁점인데, 정해성 전 위원장이 홍 감독을 적임자로 보고하자 정 회장이 외국인 후보자도 만나보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장기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찰의 1차 처분 평균 기간은 64일이었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걸리는 지능범죄도 평균 102일 안팎에 처분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사건은 이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의혹의 핵심 인물들은 차례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정 회장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대회 종료 뒤 사퇴하겠다고 밝혔으며, 홍 감독도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멕시코의 사포판 치바스 베르데 바예 훈련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퇴 의사를 표현했다.
이 때문에 수사가 뒤늦게 결론을 내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문제와 책임 소재를 가리는 작업이 장기간 미루어지는 사이 축구협회 수장과 대표팀 감독 모두 퇴진 수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행정재판을 통해 절차상 문제점은 이미 인정되었으나, 형사 책임 규명이 지연되면서 국민적 신뢰 회복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