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 분쟁, 협상 재개도 근본 갈등 해소 안 돼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무력 충돌을 중단하고 협상 재개에 합의했으나, 해협의 관리 권한을 놓고 벌어진 근본적 이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언제든 재충돌 위험이 존재한다. 이란은 MOU를 근거로 해협 관리의 배타적 권한을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무력 충돌을 중단하고 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해협의 관리 권한을 놓고 벌어진 근본적인 이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양국은 지난 25일부터 이어져온 공격과 보복을 중단하고 오는 30일 카타르 도하에서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17일 양국이 서명한 종전 양해각서(MOU)가 완전히 무력화할 위기를 가까스로 봉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일시적인 긴장 완화일 뿐 양국 간 근본적인 입장 차이로 인해 언제든 충돌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양국의 분쟁은 MOU 5조를 둘러싼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해당 조항에는 '이란은 상업 선박들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처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란은 이 문구를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권한이 자국에 독점적으로 부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와 해상 교통의 완전한 복원은 이란의 책임이며 다른 어떤 국가나 기관도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이나 권한을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상선들이 미국이 지지하는 오만 연안 항로 대신 자국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이란의 주장을 근본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국제 관습법과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국제수로에서는 자유로운 항행을 위한 통과 통항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입장은 MOU가 이란에게 해협 통제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며, 국제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국의 이러한 해석 차이는 곧바로 군사적 충돌로 이어졌다. 이란은 지난 25일 오만 연안을 따라 항해하던 민간 선박을 공격하며 자국이 요구하는 항로를 따르라고 압박했고, 미국은 호르무즈 연안의 이란 통신시설과 드론, 미사일 기지 등 이란의 군사자산을 공습하며 맞대응했다.
양국 간의 무력 충돌은 공격-보복-재보복의 악순환으로 빠져들었다. 미국의 공습에 대응해 이란은 바레인과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를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했고, 미국은 추가 보복에 나섰다. 이러한 양상은 올해 2월 28일 시작된 이란 전쟁이 휴전으로 봉합된 이후 자주 불거진 소규모 분쟁의 패턴과 동일하다. 미국 해군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기관인 '연합해양정보센터'(JMIC)는 최근 상선 공격이 이어지자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안보 위협 수준을 '상당함'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양국의 충돌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긴장을 일시적으로 낮출 수는 있어도 양국 간의 살얼음판 같은 대치 상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은 해협 관리의 배타적 권한을 계속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국제법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여 언제라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통제력을 행사하는 수단을 보유하게 되길 원하지 않는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전쟁 기간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함으로써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억지 수단이자 협상 지렛대로서 그 가치를 입증한 바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긴장 상태는 국제유가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브렌트유 8월물 가격은 배럴당 72.57달러, 서부텍사스유 8월물 가격은 배럴당 70.11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갈등이 악화하면 급등하고 완화하면 급락하는 변동성을 노출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주 스위스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미군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이의 직통 연락체계(핫라인)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가동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으로 악화한 경제난을 완화하고 사회 전반을 재정비할 시간이 절실한 상황이고,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동분쟁으로 인한 고물가를 진정시켜 표심을 달래야 하는 처지로, 양측의 실리적 이해관계가 일시적 휴전을 만들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