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고지대 적응만 성공했는데 정작 축구는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 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로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고지대 적응은 성공했으나 3차전 남아공 경기에서 선수 관리 실패를 드러냈고, 스리백 전술의 소극성으로 인해 볼 소유는 많았으나 골 위협은 부족했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한 홍명보 감독 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를 기록하며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은 2024년 7월 부임 후 2년간 준비해온 대회에서 각 조 3위 팀 간 경쟁에서도 8위 밖으로 밀려나며 참담한 결과를 맞이했다. 이는 지난 대회 기준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와 다름없는 성적으로, 사상 세 번째 원정 16강 진출 이상을 목표로 했던 팀의 기대감과는 완전히 상충되는 결과다. 홍 감독은 멕시코전을 앞두고 "우리 선수들이 2002년의 4강 기록을 넘기를 바란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으나, 이러한 포부는 현실이 되지 못했다.
홍명보호가 대회 준비 과정에서 집중한 핵심 과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1, 2차전 장소인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고지대 적응이었고, 둘째는 스리백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대표팀은 지난 5월 18일부터 해발 1천571미터의 과달라하라와 유사한 환경인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해발 1천460미터)에서 보름 넘게 사전캠프를 진행했다. 이러한 고지대 적응 훈련은 실제로 효과를 발휘했다. 1차전 체코와의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후반전 체력적으로 우수한 모습을 보이며 2-1 역전승을 거뒀다. 멕시코전에서도 체력적으로 힘겨워하는 기색이 없었으며, 수비 실수로 인한 0-1 패배가 아니었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고지대 적응의 성공이 전체 대회 성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특히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가 열린 몬테레이(해발 540미터)에서 홍명보호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몬테레이는 과달라하라와 완전히 다른 기후 환경으로, 상대적 저지대에 고온다습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하나같이 몸이 무거운 모습을 보였으며, 이는 고지대 적응에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그 이후 선수단 몸 관리에 전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특히 홍명보호는 조별리그 기간 637킬로미터로 참가국 중 7번째로 짧은 이동 거리라는 유리한 조건을 누렸다. 같은 조의 남아프리카공화국(약 3천926킬로미터)과 체코(약 4천523킬로미터)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짧은 거리였으며, 모든 경기가 멕시코에서 열려 국경을 넘는 이동도 없었다. 이처럼 유리한 조건에서도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던 것은 감독의 선수 관리 실패로 보지 않을 수 없다.
홍명보호의 스리백 전술 고집도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홍 감독이 스리백을 본격적으로 대표팀에 도입한 것은 불과 1년 전부터였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에서 처음 시도한 후 미국 원정 평가전에서 미국을 2-0으로 이기고 멕시코와 2-2 무승부를 거두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브라질에 0-5로 참패하고 올해 3월 코트디부아르(0-4), 오스트리아(0-1)에 연패하면서 스리백에 대한 의구심이 크게 증폭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은 수비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스리백 전술을 밀어붙였으며, 이번 대회의 3경기 모두에서 스리백을 가동했다. 홍 감독의 스리백 축구는 '자리 지키기'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안전하게 볼을 돌리는 데 치중하다 보니 승부에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통계 수치는 역설적으로 홍명보호의 소극적 축구를 드러낸다. 조별리그 마지막 날 경기를 남겨놓은 시점 기준으로 한국의 패스 횟수는 1천853회로 48개 참가국 중 스페인, 독일에 이어 3위였으며, 패스 정확도도 89%로 독일, 모로코 등과 공동 9위에 올랐다. 수치만 보면 매우 화려한 성적이다. 하지만 정작 승리는 단 한 번에 그쳤다. 뒤로 돌리는 패스만 넘쳐났을 뿐, 골을 만들어내는 전진 패스와 과감한 시도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볼은 소유하고도 위협하지 못한 셈이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남아공전은 대한민국 축구 사상 최악의 경기"라며 "앞으로 갈 생각이 없는, 두려움에 떤 축구라는 점에서는 체코, 멕시코전 역시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명보 감독은 0-1로 지고 있어도 뒤집으려고 하지 않고, 한 골 더 먹어 0-2로 지는 걸 두려워하는 축구를 했다"며 "대체 뒤로만 공을 돌리는 '뒤키타카'로 뭘 하려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홍명보호는 고지대 적응이라는 지엽적인 과제에는 성공했지만, 축구의 본질인 '승리'를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고지대 환경 적응을 위해 투자한 시간과 에너지가 전체 대회 성적으로 이어지지 못했으며, 스리백 전술의 소극성과 선수 관리의 미흡함이 겹치면서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2002년 4강 기록을 넘기겠다는 포부는 고사하고 32강 진출도 못한 홍명보호는 이제 이러한 실패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