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전술 고집·선수 조직력 부족·협회 관리 부실…한국 축구 총체적 위기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었다. 홍명보 감독의 스리백 전술 고집, 황금세대 선수들의 조직력 부족, 협회의 안이한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예상을 뒤엎고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 12년 전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를 극복하겠다던 홍명보 감독의 2기 체제는 결국 더 큰 참사로 끝났다. 이번 대회는 48개국 체제로 확대되면서 역대 최고의 기회를 맞았다. 개최국보다 짧은 이동 거리 637킬로미터, 멕시코·체코·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무난한 조 편성 등 모든 조건이 유리했다. 특히 고지대 적응만 해결하면 32강 진출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감독의 오판, 선수의 오만, 협회의 안이한 인식이 맞물리면서 한국 축구 전체가 위기에 빠지게 된 상황이다.
홍명보 감독이 고집한 스리백 전술이 이번 대회의 핵심 패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에서 처음 선보인 스리백은 현대 축구에서 충분히 검증된 포메이션이다. 홍 감독은 이를 월드컵 본선에서 강호들과 맞설 플랜A로 설정하고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하지만 수비 안정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공격 전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후방의 숫자만 늘렸을 뿐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공격 시도가 없었던 것이다. 멕시코전에서 뒷공간을 노리는 구상은 상대의 촘촘한 수비에 막혀 통한의 0-1 패배를 당했다. 더욱 문제는 이미 노출된 전술을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도 반복했다는 점이다. 0-1로 뒤진 상황에서도 후방에서 공을 돌리는 무기력한 축구는 팬들의 실망만 가중시켰다. 홍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스리백과 포백을 자유롭게 변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한 가지 전술에 집착한 나머지 현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결국 참사로 이어진 셈이다.
'황금세대'로 불리던 해외파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패배의 주요 원인이다. 손흥민(LA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세계 정상급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존재감은 이번 대회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다. 손흥민은 출전 시간 문제로 논란이 되었고, 이강인은 볼을 오래 끌면서 팀 플레이 부족을 드러냈다. 더 심각한 것은 교체아웃된 선수들이 감독에 대해 불평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는 감독에 대한 월권행위로 비칠 수밖에 없었고, 팀의 조직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상대 3~4명에게 에워싸인 이강인에게 접근해 볼을 받으려 하는 동료 선수들이 없었다는 것은 동료애와 팀 의식이 부족했음을 의미한다. 홍 감독의 리더십 부족도 문제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큰형님처럼 선수들을 감싸던 홍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하지 않았다. 이는 선수들을 휘어잡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옌스 카스트로프는 선수단 규율 위반이라는 이유로 초반 경기에 기용되지 않았고, 설영우는 비판에 강경 대응하면서 월드컵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팬들과 갈등을 빚었다.
대한축구협회의 안이한 인식도 이번 참사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협회는 절차적 흠결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기는 결정을 내렸고, 이것이 현재의 위기로 이어졌다. 당장 내년 1월 열릴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홍 감독이 이 대회까지 맡기로 했지만, 월드컵 여파로 거취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월드컵 직후 물러나기로 약속한 상황에서 협회 지도부의 공백이 생기게 되면서 혼란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는 감독 거취부터 향후 방향까지 명확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 축구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불가피해졌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안 마련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축구인 박지성은 "이미 몇 년 전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왜 이런 상황을 맞이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감독의 전술 고집, 선수들의 조직력 부족, 협회의 관리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이번 월드컵 참사는 한국 축구가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함을 시사한다. 앞으로 감독 체제 개편, 선수 육성 시스템 혁신, 협회 거버넌스 개선 등 다층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