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옳고 그름이 아닌 '감정'에 먼저 집중하는 것
이성과 원칙을 우선시하는 성향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멀어진다고 걱정하는 직장인의 사례를 통해, 공감이 옳고 그름의 판단이 아닌 상대의 감정에 먼저 집중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공감 능력은 의식적인 훈련과 학습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제시된다.

인간관계에서 흔히 마주치는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상대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논리와 원칙만 내세우는 태도가 얼마나 큰 벽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겨레의 '요조의 요즘 무사한가요' 칼럼에서는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는 40대 직장인이 친구와의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공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상황을 분석했다. 이 사례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쉽게 감정의 영역을 간과하고 논리적 판단만 우선시하는지를 드러낸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공감 능력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인 훈련과 학습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이다.
이 직장인은 팀장급의 유능한 인물로, 옳고 그름을 분명히 판단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을 자신의 강점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이러한 성격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멀어지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상담을 청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팀원이 야간 화상회의 수당을 2배로 요구했을 때 원칙에 따라 반박한 일이 있었다. 당시 그는 과거 비슷한 사례를 떠올리며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했는데, 이는 실제로는 감정적인 반응이었다. 전문가는 이를 지적하며 진정으로 이성적인 사람에게는 원칙을 고집스럽게 고수하기보다 그것을 수정하거나 폐기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있다고 강조했다.
더 중요한 사례는 20년 지기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일어났다. 한 친구가 시부모님께 드린 용돈이 자신의 트라우마인 과한 교회 헌금으로 쓰였다며 화를 낸 상황에서, 이 직장인은 '용돈은 드리는 순간 어떻게 쓸지는 그분들의 자유이며 사용처를 간섭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논리적으로는 타당한 지적이었지만, 친구는 '역시 넌 공감을 못 한다'며 섭섭해했다. 이 반응에서 '역시'라는 표현은 친구가 오랫동안 이러한 태도를 견뎌왔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는 이 상황에서 필요했던 것은 옳은 말이 아니라 친구의 감정에 대한 집중이었다고 지적했다. 친구의 감정적 상처를 먼저 어루만져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했다는 뜻이다.
흥미롭게도 전문가는 이 직장인이 크게 잘못하지 않았다고도 평가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감정에 우선 공감하는 '위로의 정석'을 지나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가족이나 오랜 연인, 가까운 친구 사이에서는 상대의 고민 앞에서 감정의 상처를 살펴보기보다 바로 해결책부터 내놓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을 이어온 친구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친구의 감정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만약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친구가 지쳐서 그 관계를 떠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포함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공감 능력이 학습과 훈련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다. 먼저 무엇이 옳으냐 아니냐가 아니라 그 아래에 깔린 감정을 사실로 인정하는 일을 의식적으로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네가 힘들게 번 돈을 시부모님께 매달 드리는 것도 대단한데 그 돈이 그렇게 쓰였다는 걸 알았을 때 정말 속상했겠다'는 식의 표현이 그것이다. 이 말 어디에도 기만이 없으며, 진심을 명제가 아닌 사람에게 맞추는 일이 바로 공감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는 이러한 훈련을 위해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저서 '말하지 않고 말하기'를 추천했다. 이 책은 탈고까지 30여 년이 걸렸으며, 러시아의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의 상호작용론에 기반하고 있다.
결국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현대인이 얼마나 쉽게 논리와 원칙의 함정에 빠지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자신을 이성적이라고 믿는 사람일수록 감정의 영역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 자체도 결국 감정적인 존재라는 토대 위에서 발휘되는 한 면모일 뿐이다. 진정으로 성숙한 이성은 마음이라는 역을 먼저 통과한 후 도착하는 것이 아닐까. 공감 능력의 개발은 단순한 대인관계 기술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인 것이다.
